지난달 5대 은행 정기예금 13조 급감
안 잡히는 대출 증가세…예대율 ‘비상’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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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투자 시장으로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자금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가계대출 급증에 예대율 방어가 쉽지 않자 고금리 예·적금 상품부터 은행 계좌를 통한 직접투자 서비스까지 다양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14조7991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2조8814억원 급감했다.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3월 2조6667억원이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는 감소폭이 6배 가량 확대됐다.

중도에 해지하는 예·적금도 느는 추세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중도 해지 정기 예·적금 통장 개수는 843만1537개로 2019년보다 105만643개(14.2%) 증가했다.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 대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지난해부터 불어든 가상화폐와 주식 투자 열풍에 위험자산으로 뭉칫돈이 몰리는 ‘머니무브(자금 대이동)’ 현상이 가속한 데 따른 결과다.

이로 인해 은행권에는 예대율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1분기 말 5대 은행의 예대율은 KB국민은행이 100.4%로 가장 높고 하나은행 98.5%, 우리은행 98.4%, 신한은행 96.8%, NH농협은행 91.6% 순을 기록했다. 평균 97.2%로, 전년 동월 대비 1.2%포인트 상승하며 100%에 육박한 상태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연말까지 은행 예대율 기준을 105% 이내까지 허용해주기로 했지만, 예금 이탈과 대출 폭증 상황이 지속하면 이 기준마저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들은 예·적금 특판상품부터 속속 선보이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머물러 있고 가상화폐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을 놓치지 않고 안정적이면서 일정한 이율을 보장하는 적금상품을 내세우며 고금리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펼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롯데카드와 손잡고 일정 금액 이상 제휴 카드 사용, 카드 대금 자동이체 신청, 오픈뱅킹 가입 등 요건만 맞추면 연 최대 7.0%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상품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1991년 이후 출생자에게 3.3%포인트 금리를 가산해 최대 연 5.5% 이자를 제공하는 적금을, 하나은행은 하나투어 상품 이용 시 연 1.0%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이용금액의 5%를 마일리지로 되돌려주는 여행 특화 적금을 내놓았다.

은행들은 퇴직연금 계좌 내 상장지수펀드(ETF) 실시간 거래 시스템 구축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해지하고 국내외 ETF에 직접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연금개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이다.

전산 시스템 측면에서 신한은행이 가장 앞서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중 ETF 실시간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관련 전산 구축을 위한 검토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출 급증세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예대율 규제 한시적 유예에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상황이라 은행마다 다양한 전략을 짜내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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