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 우려에 먹거리 발굴 나선 銀
고유영역 침해…“수신기능 독점 포기하라”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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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장하은 기자> 은행권이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자 증권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국은행연합회 등 은행권은 최근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줄 것을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여러 차례 요청했다. 

은행은 최근 몇 년간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로 수익성 하락 우려에 시달렸다.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 변동 장세 이후 직접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은행에서 증권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되자 새 먹거리 발굴에 대한 위기감이 더해졌다.

금융위는 오는 7월 은행업 경쟁도 평가에서 투자일임업 허용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투자일임업은 금융사가 고객 자산을 모두 위탁받아 투자하는 등 운용 관리를 해주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증권업과 보험업에만 허용되고 있다.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논란이 된 사안이다. 지난해 말 금융위가 은행업 경쟁도 평가 계획 발표에서 은행업의 인가 및 업무 범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낸 만큼 증권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증권사들은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 요구에 대해 국내 금융지주회사법을 바꾸자는 형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주로 묶인 은행, 증권, 카드 등 계열사들은 각자의 고유영역과 역할이 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전국적으로 더 많은 지점을 보유한 은행이 증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면 은행 몸집만 불릴 뿐 증권에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 중개업무 라이선스가 없는 은행이 증권의 투자일임업을 허용해달라고 한다면 은행은 그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하는 것”이라며 “은행의 수신기능을 증권에도 열어달라고 한다면 은행은 그대로 수용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권은 네이버가 금융업을 하는 것처럼 빅테크와 금융권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에서 고유영역을 고집하는 것은 변화하는 금융산업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몇 년 전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은행도 현재 증권업계와 비슷한 불만을 품었으나 최근에는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 돼 버렸다”면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상황에서 고유영역에 대한 논리를 펼치는 것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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