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수강신청 때 접속자가 한번에 몰리면 로딩 시간이 길어지고 결국 원하는 수업을 못 듣습니다. MTS·HTS 접속 오류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래량이 너무 많아서 일어나는 사고인지라 100% 방지할 수 없습니다.”

최근까지 증권사에서 줄줄이 일어난 전산 접속 오류에 대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대학생은 원하는 수업에 정원이 차면 아쉽지만 다른 수업을 들으면 된다. 하지만 투자자는 접속 지연으로 매수·매도 타이밍을 놓치면 금전적인 손해를 입는다. 

접속장애로 손실을 본 투자자가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증권사 HTS·MTS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전산사고가 난 시간에 실제로 거래를 하려고 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데, 과정이 복잡하고 증거를 대지 못하면 보상을 받기가 더욱 어렵다.

일례로 지난 3월 진행된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당시, 상장한 지 이틀째인 19일 거래량 폭주로 증권사들의 접속 장애가 잇달아 발생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의 HTS·MTS의 경우 약 100여분간 접속이 되지 않았고,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면서 고객센터도 2시간이 넘도록 연결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결국 하락하는 주가를 지켜봐야만 했다. 

미래에셋증권이 피해 보상 계획을 밝혔지만 보상 기준은 되려 투자자들의 불만을 키웠다. 사고 발생 이전, 혹은 발생 시점에 보상 기준에 대한 안내가 없었기에 투자자들은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로그인을 못해 매도 주문 자체를 못했는데 주문 번호를 내야 한다거나, 접속 지연 현상을 캡처해서 증거로 남겼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증명하기가 힘들다. 미리 대처를 못한 투자자의 경우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해 대형증권사를 상대로 싸워야만 하는 셈이다. 

증권사의 HTS·MTS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도 장애를 일으켰다. 잔고 조회 지연, 매매거래 장애 등 유형도 다양하다. 사고는 코로나19 변동 장세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폭증한 지난해에부터 많아졌다. 지난해 미래에셋·NH투자·한투·신한금융투자·키움증권·하나금융투자 등 6개 대형증권사에서 발생한 전산 오류 건수는 9477건으로 전년보다 794.9% 급증했다. 

반면 지난해 수탁수수료 상위 10대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투자한 전산투자 비용은 902억원이었다. 작년과 비교하면 고작 120억원 가량 늘어났을 뿐이다. 주식 활황으로 이들 증권사가 수천억원 대의 순이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이다. 

증권사의 최대 자산은 투자자다. 전산사고를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고’에서 ‘발생할 수 없는 사고’라는 인식을 가지고 사고 방지를 위해 더욱 노력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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