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내년까지 공급액 2배 늘려야”
실적 미충족 시 신사업 불이익 엄포
대상 늘리기 위한 CSS 고도화 분주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 2호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중금리대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나선다. 부진한 취급 실적에 금융당국이 신사업 인허가 불이익 등 압박 수위를 대폭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내년까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층 대상으로 신용대출 취급액을 전년(2조232억원) 보다 2배 이상 늘린 4조6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오는 2023년까지 전체 신용대출의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금융위가 인터넷은행에 강수를 두게 된 건 당초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사업 허가를 내준 취지인 중금리대출 확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신용등급 4등급 이하) 신용대출 비중은 12.1%로 은행 전체 평균 24.2%의 절반 수준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설립 인가 신청 당시 금융위에 제출한 사업계획에서 중금리대출 비중을 30% 이상 취급하겠다고 했었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이 중금리대출 취급 확대계획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정기적으로 점검해 현황을 비교공시하고, 미이행 시 신사업 인허가에 불이익이 되도록 고려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엄포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케이뱅크는 최근 500억원(약 769만주)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은 컴투스와 게임 기반 콘텐츠와 금융 간 시너지를 높일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신용카드업 진출을 위한 라이센스 확보를 준비 중이다.

일각에선 당국이 제시한 중금리대출 취급 목표를 충족하지 못하면 최대주주의 다른 금융업 진출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케이뱅크의 경우 BC카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등의 신사업 진출이 막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케이뱅크는 신용평가모형(CSS)을 고도화해 중금리대출 공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금융이력부족자(씬파일러·Thin Filer) 특화 모형을 추가하고 금융정보와 대안정보를 가명 결합한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할 방침이다. 신규 CSS가 안정화되는 오는 2022년부터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계획이며 연내 정책형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잇돌대출’도 출시한다.

카카오뱅크 역시 씬파일러를 위한 새로운 CSS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3년간의 사잇돌대출과 민간중금리 대출 운영 경험에서 쌓은 노하우와 지난 3월 데이터 협력을 맺은 카카오페이가 보유한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한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또 카카오뱅크는 중금리대출 공급을 늘리기 위해 지난 12일 고신용 직장인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최대 절반 이하로 축소하고, 중·저신용자 대출 금리는 최대 1.2%포인트 인하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중금리‧중저신용자에 대한 구체적인 대출 규모는 금융시장 여건, 건전성 및 리스크관리 현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2020년과 비교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021년에는 획기적으로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분기 자체(사잇돌대출 제외) 공급한 중신용대출은 1180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08% 증가했다”며 “개발중인 신규 CSS를 기반으로 한 신상품도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 상품을 통한 대출 공급규모는 현재 미정이나 기존 상품 공급액보다 훨씬 클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