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사용 미숙한데…앱 서비스 개발 주력
“액티브 시니어 부상, 특화된 혜택 제공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금융 디지털화로 인한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줄이겠다며 각종 전용 서비스를 내놓고 있으나, 낮은 활용도에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고령층 포용’을 명목으로 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이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막고자 업계에 관련 금융지원책 마련을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의 금융대응반과 논의를 거쳐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해당 방안에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 대비에 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은행들은 먼저 큰 글씨, 간편한 사용자환경(UI) 등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고령자들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일반 앱과 구분된 ‘고령자 전용 모바일앱’을 자체 개발해 출시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요양시설 정보 플랫폼 기업인 ‘케어닥’과 손잡고 간병비 수납 및 정산, 장기요양보험제도 등 실버케어 관련 온라인 인프라 구축에 나섰고,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시니어 고객 전용 은퇴설계 모바일 플랫폼 ‘KB골든라이프X(엑스)’를 선보였다.

문제는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전용 서비스가 이용객 니즈에 부합하지 않는 모바일뱅킹, 홈페이지 등 온라인 채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 기기 사용에 미숙한 시니어 고객 대부분은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 업무를 처리한다.

아울러 은행들이 내놓은 시니어 고객 전용상품들이 은퇴자산관리와 신탁에 국한돼있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우대금리 등 가격 혜택이 비대면 채널 위주로 제공되면서 고령층은 금융 거래조건이 불리한 경우가 많았다. 젊은 고객에 비해 정보력‧협상력이 부족한 데다 상대적으로 신용 평가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업계 통계에 따르면 70대 이상 연령층의 신용대출 평균 연체율은 2.3%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지만, 평균 금리는 13.0%로 오히려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인구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행의 경우 고객예금 유출 방지와 장기적인 거래 관계 유지를 위해 시니어 고객 상황에 맞춰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령층의 인지능력 저하를 대비한 업무 대리인 사전예약(지정)제도부터 간병 자격증 보유 은행원 채용, 대형서점 안 상담창구 및 산골까지 찾아가는 이동식 점포 운영 등 시니어 고객의 실생활에 밀접한 구조로 서비스의 활용도를 높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가 본격화됨에 따라 은행들은 더욱 적극적인 시니어 고객 유치·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일본 등 전례를 미루어보아 국내에서도 경제력을 갖춘 시니어 고객,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가 주요 소비계층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용절감만 생각한 모바일 서비스 구축에만 주력하지 않고, 고령층의 실생활에 맞춰 세부 그룹별로 분류, 분석해 개별 니즈를 반영한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금융소외 없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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