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00억 보험금 지출 예상에도
보험료 재원은 절반으로 제안요청

국방부가 보험사에 제안한 병사 실손보험 제안요청서 내용.
국방부가 보험사에 제안한 병사 실손보험 제안요청서 내용.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병사 실손의료보험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정부가 병사들의 의료비 지원을 위해 책정한 보험료 재원(예산)이 턱 없이 부족해 보험사들이 입찰을 꺼리고 있다.

병사 실손보험은 군대에서 다친 현역병이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의료비의 대부분을 보상해준다. 도입 시 현역병 32만5417명, 상근예비역 1만5992명 등 총 34만명이 의료비 혜택을 볼 수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전날까지 보험사를 대상으로 병사 실손보험 3차 제안요청서를 발송했지만 결국 유찰됐다.

벌써 세 번째 유찰이다. 첫 번째 입찰은 지난 4월말 이뤄졌다. 벌써 2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병사 실손보험 도입은 요원한 상황이다. 최저 가격을 입찰한 보험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는데, 그간 어떤 보험사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병사들은 질병·상해로 인한 입원 의료비(3000만원 한도), 통원의료비(25만원 한도), 3대 비급여(도수치료·비급여주사·MRI 최대 350만원)를 보장받을 수 있다. 

반복된 유찰은 턱없이 부족한 예산 때문이다. 국방부는 1차 입찰부터 꾸준히 병사 실손보험 예산으로 153억원을 책정해왔다. 

이를 두고 보험사들은 예산이나 보장범위를 따져볼 때 인수 시 손실규모가 너무 크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매년 최소 300억원에 달하는 보험금 지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절반 수준의 예산으로는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병사들의 민간 병원 이용건수는 127만건이다. 이들이 민간 병원에서 사용한 의료비는 312억원에 달한다.

국방부가 4차 입찰에서도 똑같은 예산과 조건을 내걸지는 미지수다. 당초 국방부가 병사 실손보험을 도입하려던 건 지난해였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병사 실손보험은 개인 실손보험과 보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예산을 늘릴 수 없다면 보장범위를 조정하거나 병사의 자기부담금을 높여야 한다. 이 경우 보장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3차 입찰이 진행되는 동안 조건 변경은 전혀 없었다. 이미 기재부가 부족한 예산을 배정한 상황에서 국방부가 마음대로 입찰 조건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적자가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 조건변경이 아닌 한 참여 의사가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방부가 보험연구원에 의뢰한 ‘병사 군 단체보험 신설 방안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군 단체 실손보험의 병사 1인당 연간 보험료는 최소 5만9000~9만8000원 수준이다. 개인 실손보험과 동일하게 25만원의 통원의료비를 보장할 경우 24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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