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빚어 동결증류 방식으로 알코올은 물론 바디감도 잡아
캠벨로 만든 로제와인은 ‘우리술품평회’ 때마다 수상할 정도

충북 영동은 강수량이 비교적 적어 포도 농사에 적합한 곳으로 분류된다. 영동에서 ‘도라원’이라는 포도원을 운영하고 있는 안남락 대표는 자신이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빚어 국산와인의 역사를 쓰고 있는 1세대 양조인이다.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빚어낸 와인은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기록으로 그 술맛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은 와이너리의 시음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안 대표.
충북 영동은 강수량이 비교적 적어 포도 농사에 적합한 곳으로 분류된다. 영동에서 ‘도라원’이라는 포도원을 운영하고 있는 안남락 대표는 자신이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빚어 국산와인의 역사를 쓰고 있는 1세대 양조인이다.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빚어낸 와인은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기록으로 그 술맛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은 와이너리의 시음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안 대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국산 와인의 맛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갖은 천대를 받아왔던 와인.

그래서 지역을 여행할 때 특산품 정도로 여겨 선물용으로 샀던 와인을 이제는 자신이 마시기 위해 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궁즉통? 궁하면 통한다는 말로 이 현상을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리 궁해도 “국내산 포도는 양조에는 안 맞아”라는 천형 같은 주홍글씨를 지울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국산 와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는 것인가.

지난주 방문한 충북 영동의 와이너리에서 답을 찾는다면, 실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개선하려고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 한 농부의 끈기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샤토미소’라는 브랜드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도란원’ 와이너리. 2000년에 고향 영동으로 귀향을 한 안남락(62) 대표가 20여 년 포도 농사를 짓고 10년 넘게 와인을 빚어온 곳이다.

흔히들 캠벨이라 부르는 식용 포도 품종을 농사짓고 양조까지 하면서 안 대표는 많은 순간 고민에 빠졌단다.

우선 첫 번째 고민은 FTA 체제에서 포도 농사로 살아남는 방법이었고, 두 번째는 수입 와인의 맛에 길들어 있는 국내 와인 애호가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국산 와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두 문제 모두 해답을 찾기 어려운 것들이다.

국산 포도 품종 자체의 경쟁력부터 빈약한 와인 양조 역사까지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춘 와인을 만들어낸다는 일은 어쩌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인 셈이다.

하지만 안남락 대표는 나름의 해답을 찾아 자신의 와이너리를 완성해가고 있다.

‘도라원’은 ‘샤토미소’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캠벨 품종 100퍼센트를 사용한 로제와인, 캠벨과 MBA, 산머루 등을 블랜딩해서 양조하는 레드와인, 그리고 청수와 알렉산드리아, 샤인머스캣 등으로 빚는 화이트와인까지 다양하다. 이밖에도 자두, 아로니아, 복숭아, 사과 등을 이용해 와인을 빚고 있다. 사진은 ‘도란원’에서 생산하고 있는 레드와인과 로제와인 들이다.
‘도라원’은 ‘샤토미소’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캠벨 품종 100퍼센트를 사용한 로제와인, 캠벨과 MBA, 산머루 등을 블랜딩해서 양조하는 레드와인, 그리고 청수와 알렉산드리아, 샤인머스캣 등으로 빚는 화이트와인까지 다양하다. 이밖에도 자두, 아로니아, 복숭아, 사과 등을 이용해 와인을 빚고 있다. 사진은 ‘도란원’에서 생산하고 있는 레드와인과 로제와인 들이다.

우선 캠벨 품종의 특장점을 살려, 로제와인은 100% 캠벨 품종으로만 양조하고 있다. 그 결과물인 ‘샤토미소 로제 스위트’는 농림부 주관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2013년, 2018년 대상에 이어 지난해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또 다른 주류품평회에서도 모두 5차례 주류대상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캠벨 등 우리 품종의 가장 취약한 영역인 ‘드라이하고 바디감 있는’ 와인 양조라는 숙제는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해답을 찾아 맛을 완성해가고 있다.

그가 찾은 방법은 포도나 포도즙을 농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발효시킨 와인을 ‘동결증류’하는 방식으로 와인의 알코올 도수와 바디감을 채우는 것이었다.

동결증류는 술을 얼려 얼음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것으로, 불을 이용한 증류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원하는 알코올을 얻을 수 있다.

안 대표는 캠벨과 MBA(일명 머루포도), 산머루 등 3가지 포도를 블랜딩해서 와인을 만들고 이를 다시 동결시켜 드라이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캠벨의 산미와 MBA의 감미, 그리고 산머루의 색깔 등 각 품종의 장점만을 취해 만든 ‘샤토미소 프리미엄 드라이 레드’가 이렇게 탄생한 와인이다.

이 와인도 ‘아시아 와인트로피’라는 대회에서 2015년과 2016년 각각 실버와 골드메달을 받으면서 나름 술맛을 인정받고 있다.

안 대표의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러 이유로 포도 품종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대체 과일을 이용한 와인 생산을 늘리고 있는 안 대표는 몇 년 전 오렌지빛을 띠는 ‘엠버 와인’ 질감의 자두 와인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술(샤토미소 웨딩)은 내추럴 와인 붐과 함께 인터넷을 통한 구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드라이한 맛의 화이트 와인을 원하는 애주가를 위해 청수와 알렉산드리아 등 3가지 품종의 포도즙을 얼려서 농축시킨 뒤 와인 양조를 하고 있다.

이처럼 ‘도란원’은 그동안의 실패에서 답을 찾아 소비자가 원하는 술맛을 찾아가고 있으며, 특히 아직 수입와인의 맛에 점령되지 않은 젊은 층을 위한 가성비 와인까지 출시하는 등 우리 와인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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