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5 15:20 (일)
환영과 환송에서 화합의 이미지로 바뀐 ‘반송’
환영과 환송에서 화합의 이미지로 바뀐 ‘반송’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1.06.07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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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뿌리에서 여러 줄기로 펼쳐진 수형에서 통합의 이미지 찾아
경남은행 창립 51주년 기념해 반송 식수하고 막걸리까지 부어
반송은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갈래로 줄기가 올라와 소반처럼 둥글게 수형을 형성한 소나무의 한 품종이다. 경상북도 상주 상현리의 반송은 마을의 당산나무 구실을 해왔으며 매년 정원 대보름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나이는 500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송은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갈래로 줄기가 올라와 소반처럼 둥글게 수형을 형성한 소나무의 한 품종이다. 경상북도 상주 상현리의 반송은 마을의 당산나무 구실을 해왔으며 매년 정원 대보름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나이는 500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반송. 소반처럼 펼쳐진 수형을 가진 소나무를 따로 분류한 말이다.

우리가 아는 소나무는 대체로 하나의 줄기로 성장하고, 위쪽 줄기에서 가지를 펼쳐 광합성을 위한 바늘 같은 이파리를 두 개 혹은 세 개씩 낸다.

두 개는 육송으로 원래 이 땅에서 자라던 곧은 소나무고 세 개는 리기다소나무로 북미지역에서 넘어온 나무다. 혹 산길을 걷다 다섯 개의 이파리를 봤다면 그것은 소나무가 아니라 잣나무의 잎이다.

이들 나무는 이파리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하나의 줄기에서 이파리를 내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쟁반처럼 생겼다고 이름 붙여진 반송은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나와 넓은 원의 모양으로 수형이 만들어진다. 마치 조경을 목적으로 가위질을 한 나무처럼 반원형으로 나무가 성장한다.

그래서 이 나무는 예부터 조경을 목적으로 심는 경우가 많았던 듯하다.

그런데 이 나무의 씨라고 다 반송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만 어미 나무의 특징을 이어가고 대부분은 일반 소나무가 된다고 한다. 그러니 그 희귀성 때문에라도 더 귀한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생물학적으로 같은 유전형질이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 독립된 종으로 분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생김새나 독특함 때문에 반송을 소나무와 같은 학명을 사용하면서도 별도의 대우를 받듯 분류되고 있다.

소나무는 사철 푸른 상록수다. 그래서 공자의 제자들은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혹은 측백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라고 《논어》에서 공자의 말을 전했고, 이 구절을 조선의 선비들은 가슴에 새기듯 소나무를 본받으려 했다.

그리고 그 절정은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귀양 시절,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찾아온 자신의 제자에게 그려준 ‘세한도’라고 할 수 있다.

반송도 마찬가지다. 사철 푸른 나무인데다 생김까지 멋지다 보니, 조선의 선비들은 하얀 껍질을 가져, 너무도 귀했던 소나무 백송만큼 좋아한 듯하다.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반송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서대문 밖에 있는 반송으로 전해진다.

그 소나무 옆에 ‘반송정’이라는 정자를 만들어 서북 방향으로 길을 나서는 사람들을 환송하거나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도 했다.

즉 반송정은 환영과 환송의 장소였고, 그래서 조선의 문인들은 이 나무에서 이별주나 축하주를 나누며 ‘반송송객(盤松送客)’이라는 시를 여러 편 남기기도 했다.

그런 반송의 의미가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환송과 환영의 이미지 혹은 조경을 위한 반송의 목적보다는 끈끈한 정을 나누거나 화합을 위한 메시지의 나무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나무의 생김이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줄기로 나와 가지를 펼치고 있는 모습에서 화합의 이미지를 찾은 것이다.

여러 갈래의 줄기들이 하나의 근사한 나무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미래 지향적이기까지 하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래서 다양한 행사에서 반송은 기념식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념식수가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때의 반송일 것이다. 정전협정을 상징하듯 1953년생 반송이 이날 식수의 주인공이 되었다.

지난달 22일 창립 51주년을 맞은 BNK경남은행도 기념식에 앞서 ‘변화, 혁신, 소통, 도전의 뉴웨이브’ 등의 비전을 담아내기 위해 최홍영 은행장과 최광진 노조위원장, 이창희 상임감사위원 등이 반송을 기념식수 했다.

‘고객과 지역사회의 동반자로 변함없이 함께하겠다’는 의미에서 사시사철 푸르름을 지닌 반송을 선택한 것이다.

이와 함께 경남 울산지역의 화합과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울산과 하동, 거제, 거창 지역의 막걸리 4종을 섞어 기념식수한 반송에 붓기까지 했다.

의미를 제대로 찾아서 반송에 투영시킨 행사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반송은 화합과 발전의 의미로 심어질 것이다. 그 나무의 생김새만큼 아름답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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