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發 면제 경쟁, 비대면→대면까지
가입자 관리 위해 일정수수료 필요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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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장하은 기자> 증권사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수료 무료를 선언하고 나섰다. 일종의 출혈경쟁인데, 가입자에 대한 수익률 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21일부터 아무 조건 없이 IRP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연 0.1~0.2%)를 면제한다. 

한화투자증권은 IRP 온라인(비대면) 가입자뿐만 아니라 대면 가입자까지 수수료 면제 범위를 확대했다. 수수료는 면제하지만 프라이빗뱅커(PB)상담 등 서비스는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한다.

한화투자증권에 앞서 KB증권도 IRP 수수료 면제를 비대면에서 대면까지 확대했다. 단, 대면 계좌 수수료 면제는 가입자가 IRP 계좌 내에서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 등에 50% 이상 투자하면 된다. 

IRP는 근로자가 재직 중 자율로 가입하거나 퇴직 시 받은 퇴직급여를 적립·운용할 수 있다.  확정급여형(DB)이나 확정기여형(DC)과 달리 투자할 종목부터 운용까지 가입자가 직접한다.  

증권사들은 그간 △가입자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자산관리컨설팅 상담조직 운영 △온라인정보시스템을 통한 이용편의 제공 △상담서비스 가입자 교육 시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댓가로 연 0.1~0.5%(2020년 기준) 수준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받아왔다. 

증권업계는 지난 4월 비대면 계좌 수수료 면제에서 시작된 IRP 수수료 경쟁이 대면까지 확대되면서 업계간 출혈경쟁이 본격화했다고 보고 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IRP 수수료 면제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19일 IRP 비대면 가입자를 대상으로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다이렉트IRP를 출시했다. 단, 가입부터 IRP에 담을 종목 구성 등 모든 과정을 PB 등 회사의 도움 없이 가입자 스스로 진행해야 한다.

당시 증권업계는 퇴직연금 계좌는 장기간의 운용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최종 수익률을 생각하면 오히려 고객을 잃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전문가 없이 가입자 스스로 시장 변동성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삼성증권이 수수료 면제를 시작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현재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비대면 가입자 대상 IRP 수수료 면제를 선언했다. 

일례로 만 55세의 퇴직자가 퇴직금 3억원을 입금하면 가입자는 수수료로 최대 100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수수료가 면제되면 고객입장에선 부담을 덜게 되지만, 반대로 투입 인력과 비용이 그대로인 증권사는 그만큼 이익이 줄어든다.

증권사가 수익을 포기하고 IRP를 관리할 때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는 현재 수수료 면제를 대면까지 확대해야 할지 검토하는 증권사들이 고심하는 부분이다. 

일각에선 IRP 수수료 면제 경쟁이 파격적인 정액수수료 조건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진 와이즈 클럽 서비스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03년 건당 7000원이면 거래금액에 상관없이 주식·선물 등 매매를 할 수 있는 정액제 와이즈 클럽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당시 증권업계는 제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는 우려를 내면서도 결국엔 동참 행렬을 이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별다른 추가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증권사간 출혈경쟁만 유발했다는 비난과 함께 종적을 감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수료 면제가 출혈경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IRP를 타고 들어온 가입자들이 다른 투자로 연결되는 등 그만큼 이익이 다른 곳에서 나야만 하는데 기대만큼 결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고객의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라도 일정 정도의 수수료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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