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원, 민영화 기대에 자사주 매입 열풍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뎌진 주가 회복세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우리금융그룹 주가가 더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급여 일부를 자사주에 투자한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직원들이 수익과 손실의 갈림길에서 고민에 빠졌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은 회사 지분의 8.64%(총 6242만1261주, 1분기 보고서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중 가장 높은 지분율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4.92%이며 KB금융지주의 경우 1.74%, 하나금융지주는 0.98%에 그친다.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2014년 정부의 소수지분 입찰에 참여해 주식을 매입한 이후, 수년간 시장에서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완전 민영화를 위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앞두고서는 더욱 활발한 매입이 이뤄졌다.

당시 경영진들은 지주사 전환에 앞서 저점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했고, 직원들 역시 차후 완전 민영화가 주가 상승으로 직결될 것이란 기대에 동참했다.

그해 3월 도입된 ‘우리사주 지원제도’도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장려하는데 한몫했다.

이 제도는 부장급 이하 우리사주조합원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월 급여에서 5만원을 우리사주 매입을 위해 일괄 공제되는 혜택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5만원의 은행 지원금도 주어진다. 10만원 이상 매입할 경우 지원금은 10만원으로, 연 120만원까지 확대된다.

또 우리은행은 한국증권금융과 계약을 맺고 직원들이 연봉(기본급 기준)의 2배까지 우리사주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에는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이후로도 주가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이날 종가기준 1만1600원이다. 지난 2019년 2월 13일 지주사 전환 재상장 날 종가(1만5300원)와 비교해 24.18% 떨어졌다.

정부는 온전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선 지분 매각 시점에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배당 등을 고려, 최소 1만1900원 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2019년 6월 이후 그 고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 3월 찍었던 6320원 최저점에선 많이 회복했으나, 상장 시점 수준으로 언제 회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금융주 호황기였던 지난 2018년 수준으로까지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우리은행 한 행원은 “민영화 추진이 급물살을 탔던 당시, 주가 상승을 기대한 직원들은 대출까지 끌어모아 자사주를 많이 매입했다”며 “주가 흐름은 기대와 달랐고, 지주사 전환 때 자사주를 대량 산 사람들은 잔고가 반토막까지 갔다. 내부에선 ‘자사주’가 금기어일 정도”라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보유한 자사주로 수익권을 유지하고 있다. 주가 부양을 위한 책임경영을 명분으로 지난해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 저점 매수 효과를 봤다.

손 회장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각각 5000주씩 총 자사주 2만5000주를 주당 평단가 9397원에 매입했다. 지난해 사들인 자사주로만 23.9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다른 행원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주가가 바닥으로 치달으면서 저점 매수로 평단가를 낮춘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리스크 장기화 우려로 그러지 못했다”며 “다른 금융지주사의 주가 급등에 입맛만 다셨다. 금융당국의 배당 억제 정책이 끝나는 올 하반기 중간배당을 통한 손실회복을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우리금융지주 주가 흐름을 과도한 저평가 구간으로 보고, 장기적 관점에선 지금도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금융은 올해 2분기 순이자마진(NIM) 개선 및 낮은 충당금으로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낳고 있다. 실제로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 외국인들이 최근 동반 순매수세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3월 손자회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지주 자회사로 이전한 데 이어 우리금융캐피탈 완전자회사 추진을 통해 사업포트폴리오의 효율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기업가치가 커질 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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