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4 거래소 과점체제에 코인 열풍도 시들
“계좌 발급 득보단 감수 리스크가 더 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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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수수료수익과 고객 유치를 노리고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를 고민하던 은행들이 하나, 둘 발을 빼기 시작했다. 거래 시장이 과점체제로 굳어진 데다 코인 투자 열풍 자체가 시들해지면서 신규 진입의 틈새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오는 9월 사업자 신고를 앞두고 제휴 은행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3월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 24일까지 은행의 실명계좌와 연동되지 않으면 고객이 거래소에 입출금할 수 없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체결하는 데 성공한 곳은 업비트(케이뱅크)와 빗썸(NH농협은행), 코빗(NH농협은행), 코인원(신한은행) 등 상위 4개 거래소뿐이다.

업계에선 추후 가상화폐 거래 시장이 상위 4개 거래소의 과점체제로 굳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자 신고까지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나머지 중소형 거래소는 은행과 파트너십을 맺지 못하고 결국 폐쇄 순서를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국내 시중은행 중 거래소와 제휴 관계가 없는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내부적으로 앞으로도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수가 적은 중소형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제공하면서 얻는 이점에 비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상위 4개 거래소의 경우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장기적인 우호적 관계 유지를 목적으로 ‘1사 1은행’ 제휴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사실상 낄 틈이 없다.

또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 시장 활성화를 주도하던 대장종목들이 가상화폐 제도화 및 각종 악재로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가상화폐 시장 자체에 대한 성장 가치 기대가 이전만 못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올해 초 업비트와 빗썸의 가상화폐 거래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섰지만, 지난 8일 기준 거래 규모는 5조원 이하로 절반가량 뚝 떨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와 손잡은 일부 은행들이 수수료수익과 신규 고객 유치, 예수금 확보 차원의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실명계좌 제휴의 긍정적 효과를 확인했지만, 중소형 거래소에서 그 효과를 기대하긴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가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 가상화폐 시장의 성장성은 유효하나, 이것만 바라보고 자칫 제휴를 맺었다가 거래소가 불법 자금의 통로로 이용되거나 보안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계좌를 제공한 은행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거래소와 직접적인 제휴를 꺼리는 한편,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디지털 자산에 대응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보관·관리하는 수탁서비스인 ‘커스터디’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최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에 착수함에 따라 CBDC 유통을 대비해 이를 안전하게 보관할 곳이 필요한 수요를 미리 선점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커스터디 사업은 직접적인 가상화폐 거래 실명계좌 발급보다 자금세탁, 해킹 위험 등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며 “CBDC를 비롯한 디지털 자산 활성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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