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 중간에 가로채 공모가 부풀려”
SKIET 등 상장 후 주가 급락 원인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강수지 기자> “얼마 전 거의 다 성사된 기업공개(IPO) 계약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최종 단계에서 해당 기업이 다른 증권사를 선택했습니다. 대형 증권사에서 해당 기업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높게 잡아줬기 때문입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의 토로다. 수년에 걸쳐 진행해 온 기업 고객의 상장 작업을 대형 증권사에 뺏겼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형 증권사들은 상장 기업의 공모가를 부풀리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46개 이상의 기업이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상장적격성 심사결과 승인이 인정된 기업은 7곳 정도다. 이달 상장을 앞둔 기업도 3곳이다. 56개 이상의 기업이 IPO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들 기업의 상장을 단독 혹은 공동으로 주관하는 증권사 대부분은 대형사에 쏠려 있었다. KB증권이 약 12개 이상으로 가장 많은 기업의 상장을 단독 혹은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다. 뒤이어 미래에셋증권(11개사), 한국투자증권(10개사), 삼성증권(8개사), NH투자증권(7개사), 하나금융투자(2개사) 순이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명함을 내밀기 힘든 상황이다. 설사 계약을 체결할 기회가 와도 대형사의 방해로 온전히 성사시키기 어렵다는 게 중소 증권사들의 토로다.

대형 증권사들은 상장에 대한 니즈가 있는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을 높게 잡아주는 방식으로 계약을 가로채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모가가 높게 형성되길 바라는 기업의 요구를 맞춰주는 셈이다.

이 같은 수법은 결국 공모주 시장에 거품을 형성한다는 지적을 낳는다.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일례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인 21만원으로 형성됐지만, 26.43% 급락한 15만4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 기대하던 ‘따상’에도 실패했다. 지난 14일 기준 SKIET의 주가는 14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따상은 상장 직후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로 형성된 상태에서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뒤 장을 마감하는 것을 뜻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의 IPO 담당자는 긴 시간 직접 발로 뛰어 신규 상장 기업을 발굴한다”라며 “그러나 계약 마지막 단계에서 대형사가 해당 기업을 가로채 가는 일도 부지기수다. 대형사에 밀려 어차피 안 되는 게임이라는 생각에 IPO 전담 부서를 없애거나 만들지 않는 중소형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오는 18일 상장을 앞둔 이노뎁의 경우 하이투자증권이 6여년 간 공을 들인 결과물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중소형 증권사들은 IPO를 따내기 위해 이렇게 긴 시간 공을 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을 비롯해 DB금융투자, 카카오페이증권, 부국증권, 유화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등은 IPO 전담 부서를 따로 두고 있지 않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2019년부터 관련 부서의 운영을 중단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기업에 대한 대형 증권사들의 고평가로 인해 공모주에 거품이 생겼다”며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은 대형사들의 상장 주관 경쟁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