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전 절차…퇴직연금 처럼 간편하게”
투자중개형 등장에 위기의식 느끼는 은행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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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강수지 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고객을 둘러싼 은행과 증권 간의 밥그릇 싸움이 치열하다.

ISA는 예금, 주식,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여러업권의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모아 투자하면서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다. 계약 형태에 따라 신탁형, 일임형, 투자중개형으로 구분된다.

투자중개형 ISA의 경우 고객이 직접 주식 등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를 통해서만 개설할 수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ISA 계좌이전 절차’를 두고 이전 절차를 완화하는 등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투자중개형 ISA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약 2만명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계좌를 이전하는 등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은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등 개선 의지가 뜨뜻미지근한 상황이다.

증권사는 은행의 ISA 고객이 증권사로 이전할 때 은행과 총 4번 가량의 팩스를 주고 받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

계좌 이전 절차는 증권사가 0원 계좌 신규·계좌이전 신청서 등을 은행에 팩스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은행은 계좌 이전 현황을 출력해 증권사로 팩스를 보낸다. 이후 은행은 고객의 의사를 확인한 뒤 동의를 받으면 해지 후 해당 증권사 계좌로 송금 처리를 진행한다.

잘 사용하지 않는 팩스를 이용해 계좌이전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금융당국에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ISA 계좌의 이전 방식을 퇴직연금 계좌의 이전 방식처럼 해달라는 게 증권사들의 주장이다. 퇴직연금 계좌 이전의 경우 예탁결제원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간편하고 단순화 돼 있다는 근거에서다.

금융위원회는 ISA 계좌이전 절차와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점을 인식하고 있다. 제도 취지 역시 자유로운 계좌이전을 추구하기 때문에 불편한 부분은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은행은 ISA 계좌이전 절차 개선과 관련해 뜸을 들이고 있다. 시스템을 개편하려면 전 사가 달려들어야 하는 데다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 만으로도 충분히 바빠서 시스템 개선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것 또한 은행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투자중개형 ISA로 이동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데 따른 은행의 ‘고객 지키기’ 차원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중개형 ISA가 등장하기 전에는 계좌 이전 건이 1년에 잘해야 100여건 안팎이었다”며 “은행에서 증권사로 ISA 고객의 머니무브 현상이 심화되면서 은행이 위기 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고객을 지키는 차원에서라도 시스템 개선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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