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진·김현지 부부, 보틀숍에서 젊은이 니즈 읽어 양조에 반영
바로 따서 마실수 있는 첫 스파클링 막걸리 ‘봄비’ ‘오로라’ 출시

날씨양조장’은 총 8가지의 술을 계절별로 생산할 계획이다. 올 봄은 ‘봄비’와 ‘오로라’ 두종을 출시했으며 여름에는 좀더 가벼운 맛의 ‘여름바다’ 등의 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은 봄비(좌측)와 오로라.
날씨양조장’은 총 8가지의 술을 계절별로 생산할 계획이다. 올 봄은 ‘봄비’와 ‘오로라’ 두종을 출시했으며 여름에는 좀더 가벼운 맛의 ‘여름바다’ 등의 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은 봄비(좌측)와 오로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문래동에 우리 술 전문 판매점을 내고 시장 트렌드를 읽은 후 자신들이 찾아낸 젊은 소비층의 경향성과 술맛을 구현하기 위해 양조장까지 차린 곳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올 4월 주류제조면허를 내고 젊은 감성의 술맛을 담아 ‘봄비’와 ‘오로라’라는 브렌드의 막걸리를 생산하는 ‘날씨양조장(대표 한종진)’이 바로 그곳이다.

한번 빚어 출하하는 양은 150~200병밖에 안 되는 소규모 양조장이지만, 담아낸 술맛은 전국에서 유사한 맛을 찾아낼 수 없는 개성 있는 부띠크형 양조장이라 할 수 있다.

결혼 3년 차의 신혼부부가 차린 날씨양조장의 술맛은 ‘신맛’과 ‘드라이한 맛’을 추구한다.

여느 양조장처럼 단맛을 강조하지 않고 외려 기분 좋은 신맛을 지향해 안주와의 페어링을 강조한 부부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기본적인 술맛을 유지하면서 부재료의 맛까지 놓치지 않으려 한 이 양조장의 정성이 술에서 느껴진다.

한라봉과 말린 귤껍질을 넣어 귤 특유의 시트러스한 맛을 제대로 담아내면서 감귤류가 지닌 산뜻한 단맛을, 그것도 필요한 만큼만 술에 반영한 ‘봄비’.

그래서 첫 모금에선 귤껍질이 지닌 쌉쌀한 맛과 시트러스향이 다가오고 바로 살짝 한라봉의 단맛이 뒤따르면서 탄산이 입에 가득 퍼진다.

상쾌한 신맛으로 따사로운 봄을 느끼게 하는 술이다. 흔히 정찬에서 이야기하는 식전주 개념의 술이다.

신맛이 입맛을 돋우니 전채요리나 샐러드와 잘 조화된다고 한 대표는 설명한다.

코코아분말과 계피, 후추 등 낯선 부재료를 사용해 초콜릿의 빛깔과 질감을 느끼게 설계된 ‘오로라’는 봄비보다 단맛을 더 제어해 다크초콜릿을 한입 베어 문 듯하다.

이어 탄산과 신맛으로 마감하는 술. 그래서 달게 만든 초콜릿 쿠키나 티라미수 등의 디저트와 곁들일 때 최적의 조합일 듯하다. 두 술 모두 개성에 승부수를 걸었다.

서울 문래동에 우리 쌀로 술을 빚는 양조장이 생겼다. 스파클링 본연의 맛과 향을 담은 막걸리를 빚는 양조자는 ‘날씨양조장’의 한종진 대표. 사진은 양조장 마당에서 발효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 대표.
서울 문래동에 우리 쌀로 술을 빚는 양조장이 생겼다. 스파클링 본연의 맛과 향을 담은 막걸리를 빚는 양조자는 ‘날씨양조장’의 한종진 대표. 사진은 양조장 마당에서 발효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 대표.

이처럼 독특한 술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한종진(31), 김현지(27) 부부가 좋아하는 술이 이런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단맛보다는 드라이하면서 산미 강한 술을 좋아했던 부부는 자신들의 양조장을 벨기에의 람빅양조장처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더불어 생산량은 많지 않아도 양조장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나타낼 수 있는 술을 생산해서 서서히 술맛으로 이름을 알리고 싶은 게 자신들의 꿈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에스엔에스에서 빠르게 소개되면서 얼리어답터들이 이 양조장 술 앞으로 모이게 된다.

현재까지 출시된 두 차례의 술은 출하와 함께 모두 택배로 보내지고 자신들의 술판매점인 ‘현지날씨’에서 팔 술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을 듯싶다.

양조를 책임지는 한 대표 스스로 술맛으로 인정받으면서 안정적인 양조를 하겠다고 말한다.

물론 생산량은 지금보다 더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고, 게다가 자가누룩도 만들 생각이다. 그래서 양조장을 더 키울 예정이지만, 과속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 대표의 이런 생각은 이 술도가의 시그니처가 될 순곡주 생산 계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순곡주는 다른 부재료 없이 쌀과 누룩, 그리고 물로만 빚는 술을 말한다. ‘신기루’라는 이름까지 정하고 국세청에 신고까지 돼 있는 술이지만, 부부가 원하는 술맛에 이르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생산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이 술도가의 술은 모두 두 번의 덧술을 해서 37일 정도 발효 및 숙성 기간을 거처 출시된다.

‘신기루’ 또한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자신들이 원하는 상큼한 ‘풋사과향’이 나지 않아 시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추가적인 효모 투입 없이 이 맛과 향이 날 때까지 시범양조를 하면서 술을 잡아내겠다는 것이 한 대표의 말이다.

이와함께 수박과 블러드오렌지를 사용하는 ‘여름바다’와 망고와 레몬을 넣은 ‘열대야’ 등의 술을 여름 한정판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이 술들은 이번에 출시한 술들과 달리 알코올 도수 7.5%로 가벼운 음용감을 줄 예정이며 단맛도 조금은 더 표현할 생각이란다.

아무래도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마실 술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밖에도 단호박을 이용한 술 등 다양한 술 레시피가 부부의 노트에 기록되어 있다. 이 술 중 연간 8종을 출시하는 것이 부부의 계획이다.

문래동에 자리한 ‘날씨양조장’에선 이렇게 신맛과 드라이한 맛의 술이 익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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