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외화증권 12조원 뚝
투자한도 족쇄 풀렸지만…
코로나19 發 불확실성 ↑

<대한금융신문=유정화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해외투자 자산 규모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법안 개정으로 보험사들의 숙원이었던 해외투자 한도 족쇄가 풀렸지만, 그 사이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2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외화 유가증권 보유 금액은 총 98조4241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생보사들의 외화유가증권 규모가 총 110조283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2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생보사들의 외화유가증권 자산 감소세는 작년부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110조원을 웃돌았던 해외투자 규모는 지난해 말 100조원 가까이로 떨어지더니 지난 2월에는 98조4634억원으로 감소했다. 100조원 아래로 떨어진 건 2019년 2월 말 이후 처음이다.

전체 운용자산 중 외화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축소됐다. 지난해 3월 말 15.1%를 차지했던 해외유가증권 비중은 지난해 말 13.2%까지 낮아지더니, 올 3월에는 12.9%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보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투자 규모를 축소한 건 한화생명이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26조9454억원에 달했던 한화생명의 외화 유가증권은 1년 만에 8조1582억원(30.3%)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의 운용자산 대비 외화유가증권의 비율은 27.6%에서 19.4%로 줄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원화 부채 헤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고려했을 때 해외채권에 대한 매력이 크지 않다"며 "국내외 금리 수준을 고려해 교체매매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채권을 많이 보유한 상태에서 국내외 금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원화부채를 헤지하기보다 도리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 생보사인 교보생명과 농협생명도 상황은 비슷하다. 교보생명의 해외투자 자산은 17조3742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2% 가량 감소했다. 올 3월 기준 농협생명은 전년 동월 보다 2조원 가량 줄어든 11조3466억원을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와 환헤지 비용을 고려했을 때 원화채권에 투자 메리트가 높아진 탓이다.

해외투자 한도 규제가 완화된 이후 투자규모가 줄어든 건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지난해 5월 국회에서는 보험사가 운용할 수 있는 해외자산 비율을 기존 총자산의 30%(일반계정 기준)에서 5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됐다.

당초 업계에선 해외투자 한도 완화로 생보사들이 자산운용에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해외에는 채권·주식 등 기대수익률을 높일 만한 선택지의 폭이 넓기 때문에 저금리에 따른 영향을 해외투자 확대로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다만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보험사들이 공격적으로 해외에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보험사가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환헤지 후 외화채 수익률이 원화채보다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해외투자에 나서는 건 운용수익률 제고뿐 아니라 국내에서 제공하지 않는 자산군에 투자하면서 분산 효과를 노리는 것인데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글로벌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환헤지 비용까지 고려했을 때 해외투자가 국내투자와 비교해 매력적이지 않게 됐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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