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주식 1주 주며 출혈경쟁
우편물만 수두룩…ESG 무색

<대한금융신문=장하은 기자> #A씨는 비대면으로 계좌개설을 하면 우량주 1주를 준다는 B증권사 이벤트에 참여했다. 그러자 B증권사는 주주총회 소집통지서 등의 우편물을 주기적으로 보내왔다. A씨는 고작 주식 1주를 가졌을 뿐인데 보지도 않는 우편물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야말로 자원낭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증권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하나로 페이퍼리스(종이 없는 사무실을 지향하는 현상을 상징하는 용어)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뒤에선 불필요한 종이 낭비로 ESG 경영 기조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증권사들은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계좌를 개설하거나 자사를 통해 해외주식 거래를 하면 국내외 우량주 기업 주식 1주씩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지난해 동학·서학개미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참여가 늘자 자사 시스템을 통해 거래하도록 유도하는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일각에서는 마케팅을 위해서는 종이 낭비를 서슴지 않는 증권사가 페이퍼리스를 외치는 것은 구색 맞추기용 ESG 경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증권사는 이벤트에 참여한 후 주식 1주를 받은 투자자에게 주주총회 소집통지서, 배당금내역 통지서, 각종 권리관련 우편물을 주기적으로 보내야 한다.

앞서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영업점에 종이 서류 대신 태블릿(패드)으로 서류 작성 업무를 대신하는 등 디지털 창구 시스템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종이 없는 업무 환경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ESG 경영 확장 기조가 맞물리면서 확산됐다.

A씨는 “우편물이 오면 사실상 열어보지도 않는다. 애초에 문자나 메일로 보내도 될 만한 내용인데 대여섯 장이 넘는 우편물을 받을 때마다 이만한 낭비가 또 있을까 싶다”면서 “같은 우편물을 100명에게만 보내도 벌써 500~600장이다. 페이퍼리스 트렌드에서 뒤떨어지는 행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투자자는 우편물 대신 이메일이나 문자로 받을 수 있도록 변경할 수는 있지만, 영업점 방문 절차가 필요해 굳이 변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증권업계는 소액주주라도 주주총회, 배당관련 안내문 등을 통지해야 하는 법령을 지켰을 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법 제 363조(소집의 통지)에 따르면 주주총회를 소집할 때 주주총회일의 2주 전에 각 주주에게 서면으로 통지를 발송하거나 각 주주의 동의를 받아 전자문서로 통지를 발송해야 한다.

계좌 개설 시 주식 1주를 주는 이벤트는 투자자를 일단 끌어들이고 보는 단발성 마케팅으로, 증권사에 이득이 없이 출혈만 남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A씨의 경우 이벤트 참여를 위해 B증권사 MTS를 설치했지만 현재는 원래 사용하던 C증권사 MTS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화면에 적응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B증권사 MTS로 바꿔야 할 만큼 커다란 메리트가 없어서다.

우편물 제작에 들어가는 인쇄비용과 우편요금 등은 증권대행 금융사나 증권사가 부담한다. 국내 증권사 중 절반 이상 회사의 인쇄비는 지난 1년간 많게는 수억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증권사를 비롯한 국내 11개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인쇄비는 총 20억6373만원으로 전년 동기(16억5039만원)보다 4억1334만원 늘었다. NH투자증권이 1억1362만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신한금융투자(9950만원), 미래에셋증권(6223만원), 하나금융투자(3926만원), 삼성증권(3780만원), 한국투자증권(3234만원) 순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SG경영 실천이란 사실은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홍보물 관리 등 앞으로 환경을 위해 절감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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