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사 중 2개사만 직접 TDF 운용
해외로 유출되는 운용노하우·수수료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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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강수지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TDF(타깃데이트펀드) 운용에서 해외 운용사를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TDF는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반영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조절하는 상품이다. 국내 운용사들이 직접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12개의 자산운용사(미래, 삼성, 한투, KB, 신한, 한화, 키움, 교보, NH아문디, 우리, 메리츠, 하나)가 TDF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이 중 해외 운용사와의 협업 없이 직접 TDF를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 2개사뿐이다.

최근 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패시브형TDF를 선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재간접 투자가 주를 이룬다. 재간접펀드는 자산운용사가 직접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지 않고,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에 재투자하는 펀드다.

TDF는 자산배분경로(글라이드패스)에 기반해 투자자의 은퇴시기에 맞춰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의 비중을 점차 확대해가는 펀드다. 쉽게 말해 글라이드패스는 투자자의 연령대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일종의 설계도면이다.

해외 운용사 대비 국내 운용사가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비롯해 물가상승률 등 은퇴 이후에 대한 예측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펀드매니저가 해외 펀드매니저보다 한국인과 국내 상황을 더 잘 안다”며 “국내 운용사들도 해외 펀드에 투자하고, 또 해외 법인도 갖고 있는데 굳이 TDF를 해외에 의존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17년 이후 TDF 상품이 국내시장에 등장한지 4~5년가량이 흘렀다”며 “이젠 직접 운용해 운용력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운용사와 협업하는 국내 운용사 입장에선 아직 운용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연한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TDF상품은 글로벌 자산배분역량이 매우 중요한 상품이다. 수십년 이상의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성 있는 해외 운용사와 협업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TDF 상품 알고리즘의 핵심은 은퇴 예상시기에 맞춰 기대수명과 물가상승률 등을 입력해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라며 “이 알고리즘을 국내에서 개발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직접 운용에 따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 1일부터 TDF를 해외 운용사의 자문 없이 직접 운용하기로 했다. 경희대 성주호 교수의 자문을 받아 자체 개발한 글라이드패스 모델은 국내 최초로 투자자의 행동재무학적 특성(손실 회피 성향)을 반영해 변동성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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