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지방 지점 3년새 413개↓
지역재투자 평가 페널티 ‘무용지물’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시중은행들이 지방에 있는 지점도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 취약계층 금융 접근성 저해에 대한 페널티를 받더라도 유지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수지타산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1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 등 5대 시중은행의 국내 지점수(출장소 제외)는 3673개로 모바일뱅킹 활성화 전인 지난 2017년(4086개)보다 10%(413개)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지점이 2626개에서 2361개로 10.09%(265개)가 사라졌고,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지방 지점 역시 1460개에서 1312개로 조정돼 10.13%(86개)가 폐쇄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의 지점 폐쇄 속도를 꺾기 위해 올 3월 사전절차를 강화하는 ‘은행권 점포 폐쇄 공동절차’를 새로 도입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내세운 가장 큰 페널티는 지점 폐쇄가 지역재투자 평가에 불리하게 반영되도록 한 것이다.

지역재투자 평가는 금융회사의 지역 내 대출을 평가하는 제도로, 지역 내 자금공급과 서민대출 및 지역금융 지원 전략 등을 중점 평가한다. 지역별 지점 수 및 지점 신설 등에 가산점이 붙고, 폐쇄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감점된다.

지역재투자 평가는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에 반영된다. 은행에 있어 지자체 금고의 예치금 운용은 브랜드 인식 개선과 함께 저원가성 예수금 확보로 예대율 관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에 ‘은행권 점포 폐쇄 공동절차’ 도입 발표 직후 은행들은 지점 폐쇄를 신중히 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것도 잠시, 다시 제 속도를 찾았다. 지자체 금고 유치에 대한 메리트가 운영비용 절감 효과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하나라도 더 따내기 위해 과도한 출연금 경쟁을 펼쳐왔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 5년간 지자체 금고열쇠를 차지하기 위해 지자체에 낸 출연금은 1조44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대율 완화 조치 종료에 대비한 예수금 확보 전략이 오히려 수익성 악화의 단초로 전락해버리면서 은행들은 최근 지자체 금고 유치전에서 적극적인 물밑작업을 펼치던 예전과 달리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강원도, 제주도, 전라북도, 충청북도 등 굵직한 지자체 금고 60여 곳이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으나 은행들은 지역재투자 평가에 개의치 않고 해당 지역 지점을 빠르게 줄여나갔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위해 후보 은행들이 제시하는 출연금, 예금·대출금리는 비슷하다. 1점 차이로 결정 순위가 뒤바뀌는 만큼 조금의 가산점도 중요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가산점을 받자고 적자 나는 지점 운영을 지속하는 건 수익성 측면에서 오히려 더 손실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은행들도 지자체 금고 유치와 관련해 수지타산 계산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 지점 관련 가산점보단 탈(脫)석탄,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 지역사회는 물론 은행들도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평가 항목 점수만 까먹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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