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응반 꾸리고 UPS·비상발전차량 확보 움직임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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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연이은 불볕더위와 산업용 전력사용 급증으로 올 여름 ‘블랙아웃(대정전)’ 발생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은행들이 대비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전사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전산망 다운 등 금융업무에 마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전력거래소는 이날 최대 부하량은 8만9500MW(메가와트)로 공급예비율이 9.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보했다. 올여름 들어 전력사용량 최고치를 기록한 전날 공급예비율(9.5%) 보다 0.5%포인트 더 떨어졌다.

공급예비율은 전력 공급 예비력을 최대 전력수요로 나눈 값으로, 예비율이 낮을수록 블랙아웃 가능성이 높아진다. 블랙아웃을 막으려면 공급예비율이 10% 이상은 유지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여기에 최근 산업용 전력사용량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고, 다음 주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 날씨가 예고돼 공급예비율은 4%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전력 수급 비상 단계’가 발령됐던 지난 2013년 8월 12일 공급예비율은 3.2%를 기록한 바 있다.

블랙아웃이 곧 현실화될 수 있다는 소식에 은행들은 재빨리 대응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은행은 잠시라도 전력이 끊어지면 영업뿐 아니라 금융시스템에 치명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정전 때는 한국은행의 지급 결제망에도 전력공급이 끊길 수있어 실시간으로 돈이 오가는 지급결제 시스템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

은행들은 정전 대응책으로 대부분 발전소의 전력공급 중단 시 일종의 축전지(배터리) 개념으로 임시 전원 공급이 가능한 무정전 전원 장치(UPS)에 의존한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1대당 가격이 800만원을 뛰어넘는 고가 장비인 UPS를 모든 지점에 도입하지 않은 은행은 정전 위기 때마다 비상발전차량을 급하게 동원한다.

하지만 UPS나 비상발전기도 정전 기간이 길어지면 버티는 데 한계가 발생한다. UPS의 유지 가능 시간은 약 2시간, 비상발전차량은 약 30시간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은행들은 전력 위기 대응 비상대책반을 꾸려나갈 계획이다. 정전으로 인한 무인경비시스템 무력화에 대비한 비상 당직근무 체제 전환이나 야근 금지령 등 상황에 맞춰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밖에 지점 냉방 온도를 26~27도, 본점은 28도로 유지하고 저층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 필요 이상의 조명 소등 등 자체적인 전기절약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매년 여름철 블랙아웃 사태 대비에 노력 하고 있다”며 “올해는 특히 폭염뿐만 아니라 탈원전 여파, 산업용 전기수요 급증 등 다양한 이슈로 상황이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판단에 비상발전기차량 임대업체를 섭외하고, UPS를 추가 확보키로 하는 등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회사는 특성상 예기치 못한 정전 등 이유를 불문하고 업무가 마비되면 곧 고객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고 예방에 더욱 적극으로 대응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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