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하나·기업은행, AI 전문기업에 수십억 투자
비금융 사업 추진·보이스피싱 선제적 대응 기대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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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이지은 기자> 은행권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온 AI 전문기업 마인즈랩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마인즈랩의 지속적인 성장에 따라 은행들도 비대면 서비스 고도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 2017년 각 30억 10억씩 마인즈랩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마인즈랩 지분율 4.62%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기업은행이 HN투자증권과 함께 60억원을 상환전환우선주 인수방식으로 지원했다. 

은행권 투자에 힘입어 마인즈랩은 지난 6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마인즈랩은 지난해 매출액 112억원, 영업손실 40억원을 기록했지만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진입할 계획이다. 

기술특례 상장이란 당장 수익성은 낮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심사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으면 올 하반기 무난하게 증시에 입성할 전망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AI 전문기업 투자에 적극 나서는 까닭은 코로나19 여파로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은행 업무가 급부상했고, 정보기술을 앞세운 인터넷은행들의 거센 추격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화된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이 내부에서 별도로 팀을 꾸려 개발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마인즈랩 관계자는 “음성봇이나 챗봇 등 AI 기술은 금융권에서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았다”며 “현재 시중은행 등 많은 기업에 AI 소프트웨어를 공급해 사업 수주를 진행 중이며 그런 부분이 투자를 받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마인즈랩이 보유한 AI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존 비대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비금융 사업 추진에도 고삐를 당기고 있다. 특히 컴퓨터를 활용해 사람의 자연어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기술인 자연어처리(NLP)를 활용한 사례가 눈에 띤다. 

하나은행은 마인즈랩과 협업해 NLP 기반 텍스트뱅킹 서비스인 AI 대화형 금융플랫폼 ‘HAI뱅킹’ 서비스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 콜센터에서 챗봇 등을 가상 상담원 형태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며, 이외에도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영어교육사업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문자메시지의 내용과 문맥을 NLP로 분석해 원하지 않는 이용자에게 광고성 메시지가 발송되지 않도록 사전에 검증 및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최근 IBK 1st Lab에서 6개월에 걸쳐 개발과 성능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여기에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실명확인에서 촬영된 신분증을 AI로 분석해 위·변조 여부를 검증하고 신분증 촬영 인식률을 향상시키는 모형을 도입 중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위·변조 신분증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발생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나, 현재 금융권에 도입된 비대면 실명 확인 기술로는 이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기존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에 AI 모형을 도입해 신분증 위·변조 여부 검증 후 보이스피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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