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카드사 장기CP…당국 “예의주시할 것”

저비용·발행 간편해 급증세 투자자보호 구멍날까 우려↑

2022-01-25     정태현 기자
전업 카드사 장기 기업어음(CP) 발행량 추이(자료: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카드사의 장기 기업어음(CP) 발행량이 급증하고 있다. 발행사 입장에서 조달비용이 적고 발행절차가 간편하기 때문이다. 다만 상법상 보호장치가 부족해 투자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점에서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BC카드를 제외한 전업 카드사 7곳의 장기CP 발행량은 7조4200억원으로 전년(2조8200억원) 대비 163.1%(4조6000억원) 증가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지난해보다 1조7000억원을 더 발행하며 가장 큰 증가폭(283%)을 보였다. 전년도 장기CP를 발행하지 않았던 삼성, KB국민, 하나카드 등 3개사는 지난해 각각 1조9000억원, 8000억원, 6000억원을 발행했다.

카드사들의 장기CP 발행이 늘어난 건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이 주문한 ‘유동성 관리 강화방안’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당국은 회사채 발행 비중이 높은 여전사 업황을 고려해 자금조달 방식을 다각화하도록 주문했다. 회사채에 의존하는 여전사가 부실될 경우 이를 보유한 회사에까지 리스크가 이전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여전사들은 회사채 대비 금리가 낮고, 만기 설정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장기CP를 대체재로 주목했다.

특히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에서 1.00%까지 연달아 인상한 여파로 회사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장기CP의 발행 유인이 더욱 증가했다.

간편한 발행절차도 한몫했다. 애초 CP가 단기자금조달 수단이라는 특성상 수요예측 등 공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등 편의성이 높다.

문제는 장기CP의 투자자 보호 체계가 미흡하고,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측면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회사채의 경우 투자자를 위해 사채관리 계약서를 체결, ‘사채권자 회의 제도’와 같은 보호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CP는 해당 계약 대상이 아니기에 이같은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또 장기CP는 일괄신고제 대상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일괄신고제는 당국이 용이한 감독·관리를 위해 조달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자 도입한 제도다.

이에 당국은 카드사들의 장기CP 자금조달 규모를 미리 인지할 수 없어 사후 관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동성 조달 모범규준 제시 등을 통해 장기CP 발행 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적절히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카드사의 경우 회사채를 발행하며 사업 보고서를 공시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이를 참고해 리스크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장기CP 발행량이 과도해지면 문제 소지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여신금융검사국 관계자는 “장기CP는 일괄신고제 대상은 아니지만 증권신고 대상에 포함돼 감독 반경 내에 속한다”라며 “이외에도 여전사에 유동성관리 모범규준 등을 제시해 장기CP 발행 시 만기와 조달원이 편중되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 또 레버리지 배율 규제를 통해 과도한 자금조달도 방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금감원 기업공시국 관계자는 “카드업계 장기CP 발행이 현재는 당국 규제에 맞게 적절히 관리되고 있는 편이지만, 회사채에 비해 상법 보호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발행할 경우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