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의 커피하우스] 4월 무해지보험 관전포인트…“최대 20% 오른다”

2022-02-15     박영준 기자

근대 보험의 기원은 1688년 영국 런던의 로이즈 커피하우스입니다. 선원들에게 해상무역 거래에 대한 주요 정보를 ‘로이즈 리스트’라는 소식지로 전달했죠. 여러 위험에 노출된 선원들의 리스크를 공동인수하기 시작하면서 영국은 전세계 보험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정보는 보험에서 손익과 직결되는 요소입니다. 유익한 보험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오는 4월 1일자로 ‘해지율 산출 및 적용에 관한 모범규준’이 전체 보험사의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이하 무해지보험)에 반영됩니다. 현재 각 보험사의 상품개발부서에서는 새로운 해지율 산출에 분주합니다. 통상 4월은 모든 상품의 개정과 함께 새로운 가격이 반영되는 달입니다.

취재한 바로는 무해지보험이 모범규준 이전보다 비싸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보험료를 산출할 땐 △미래에 보험금이 얼마나 지급될지(예정위험률) △거둔 보험료로 예상되는 수익률이 어느 정도인지(예정이율) △보험상품을 운영하는데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예정사업비율) 등 3가지 요소를 사용합니다.

무해지보험은 여기에 ‘예정해지율’이 추가됩니다.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는 사람들을 미리 예측해 그만큼 보험료를 깎아줘서죠. 할인 재원은 해지한 사람들의 환급금입니다. 때문에 해지하는 사람이 많다는 가정으로 상품을 만들면 보험료는 더 저렴해지고, 반대면 더 비싸집니다.

예정해지율은 모범규준 이전보다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모범규준에 맞게 해지율을 미리 산출해본 보험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표준형 상품이 100원이라고 가정할 때 모범규준 이전에 70원 수준이었던 종신·정기보험은 80~85원 수준으로 오른다 하네요. 암·뇌·심장질환 등 3대 질병보험으로 대표되는 기타건강보험은 최대 9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사망보험은 최대 10~15%, 건강보험은 최대 20%의 보험료 인상이 예상된다는 겁니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고 보는 보험사도 꽤 있습니다. 가격이 이정도 오르면 무해지보험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될 겁니다. 중도해지 시 환급금이 거의 없는데 보험료마저 저렴하지 않다면, 사실상 무해지보험을 가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3월까진 기존 무해지보험의 절판마케팅이 성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관전 포인트가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무해지보험을 오래 판매한 회사일수록 보험료가 비싸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정직한 보험사 입장에선 좀 불공평할 수도 있겠습니다. 

무해지보험은 2015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이 종신보험의 형태로 가장 먼저 판매했습니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해지율 차등요인별로 구분한 세부 구분단위별 50건 이상의 해지건이 확보되는 경우 경험해지율 사용을 원칙’으로 합니다. 경험해지율은 보험사가 직접 판매한 보험상품의 해지건수를 반영한 자체 요율입니다. 모범규준대로면 신한라이프는 약 7년간의 자체 판매데이터를 활용한 해지율을 사용해야 합니다. 대부분 보험사가 무해지보험을 2017년에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 정도 이를 수 있겠네요.

경험해지율을 사용할 수 없다면 보험사의 전체 해지율 통계인 산업통계를 사용해야 합니다. ING생명 시절 종신보험을 저축처럼 판매하는 등의 불완전판매 없이 정상적인 계약이 많았다면 경험통계는 산업통계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동일 조건이라면 신한라이프의 종신보험이 타사대비 비쌀 거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4월 이후 무해지보험료가 과도하게 저렴한 보험사가 나온다면 그간의 판매 행태를 대변하는 결과가 될 겁니다. 그만큼 보험사 평균보다 중도해지가 많은 계약을 팔았다는 의미니까요. 기존에는 타사의 해지율을 베껴 판매한 보험사도 상당했습니다. 예상한 해지건수보다 실제 해지건수가 많다면 보험금 지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보험사의 건전성도 장담하기 어렵겠죠.

마지막으로 모범규준에 존재하는 ‘해지유보효과’가 보험료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무해지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끝나면 환급률(낸 보험료 대비 해지환급금)이 크게 오르는 특징이 있습니다. 보험료 납입 만기가 1~2년이 남은 시점에 해지하는 사람이 많진 않겠죠. 

모범규준에서는 무해지보험료 설계시 납입기간이 끝나기 직전 3년까지는 해지유보효과를 반영하라고 합니다. 단순하게는 보험료 납입이 끝나기 직전 3년은 해지하는 사람이 0건에 수렴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예상을 반영한 무해지보험은 여태 없었습니다. 예상해지율이 낮아지니 보험료는 오를 수밖에 없죠. 

보험사들은 예상해지율 변동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을 가리기 위해 예정이율 인상 카드를 꺼낼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최근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보험사는 거둔 보험료를 굴려서 낼 수 있는 예상수익률(예정이율)을 높게 설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죠.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올리면 보험료는 10% 내외로 할인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