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생돋] 선거철마다 후보님 모시던 '당선 통장' 어디로

[은행생활돋보기 10] 메리트 없어진 수수료 면제 혜택…수요↓ 이미지 제고·VIP 고객 유치 기대도 제로

2022-03-23     안소윤 기자

선거철마다 은행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됐던 ‘당선통장’이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당선통장은 선거의 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입후보자들이 금융기관에 선거비용의 수입과 지출을 처리할 예금통장을 개설하고 모든 공식 선거비용은 이 통장을 통해서만 사용하도록 규정한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에 맞춘 상품이다.

가입대상은 총선, 지방선거 등의 입후보자들이다. 이 통장을 이용하면 선거가 끝난 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선거비용 및 지출명세서를 은행에서 대신 작성해 주고 선거자금 모금과 관리에 필요한 각종 금융서비스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면제대상 수수료는 선거관리위원회 제출용 제증명서 발급수수료, 전자금융 이체수수료, 광주은행 자동화기기(CD/ATM) 이용수수료, 창구 송금수수료, 사고 신고 수수료 등이다.

지난 1995년 4월, 국민은행이 4회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처음 선보인 ‘당선통장’을 시작으로 ‘한마음 통장(신한)’, ‘당선기원통장(우리)’, ‘오~필승통장(농협)’ 등 다양한 이름을 갖춰 등장한 당선통장은 한때 판매 개시로 선거전 개막을 알리는 상징성을 갖기도 했다.

당선통장은 수시입출금통장(보통예금)으로 운용되며 선거기간 동안 비용 대부분이 사용되기 때문에 자금 유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입후보자와 선거 참여자들에 대한 브랜드 홍보와 투명한 선거에 기여했다는 이미지 구축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취급해왔다.

그러나 오는 6월 1일 예정된 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선 당선통장 마케팅 경쟁이 잠잠한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통장을 아예 판매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고, 우리은행도 아직까지 관련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경우 예비후보자 등록 일정에 맞춰 지난 2월부터 당선통장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관련된 홍보 활동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지역밀착형 관계금융을 꾀하는 지방은행들조차 지방선거 대목임에도 당선통장 유치에 힘쓰지 않는 모습이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과거와 달리 당선통장으론 일말의 마케팅 효과도 거두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등장에 촉발된 비대면 채널 활성화로 은행들은 금융서비스 대부분에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다”며 “당선통장의 핵심 혜택이었던 수수료 면제의 메리트가 사라졌고, 일반 입출금 통장과 다를 바가 없어진 상품에 수요가 미미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당선통장은 은행권에서 투명한 선거를 장려하는 공적 취지를 담아낸 상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선거에 대한 시민의식이 훨씬 높아졌고, 은행이 당선통장으로 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 효과가 희미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입후보자 중 재력가인 경우가 많아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일반계좌로 전환해 사용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활용되기도 했으나, 선거비용제한액이 낮은 시·군의원 선거 중심으로 경제력에 상관없이 2030세대 젊은층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VIP 고객 유치 기대감도 적어졌다”고 덧붙였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