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규제 강화하자 취약차주 대출소외 현실화

규제 시행 전 대비 실적은 대폭 상승 우대금리 인상해 고신용자 늘린 영향

2022-03-23     정태현 기자
카드론 이용실적 추이(자료: 여신금융협회)

정부가 카드론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하자 오히려 카드사의 대출실적이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신용자 대상으로 우대금리 혜택을 늘린 영향이다. DSR규제가 저신용자를 대출시장에서 내몰 것이란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1월 BC카드를 제외한 전업카드사 7곳의 카드론 이용실적은 4조1695억원으로, 전월 3조1985억원 대비 30% 증가했다. 2월 역시 3조5275억원원으로 12월 대비 10% 늘어났다. 

당초 올해 1월부터 카드론에 확대 시행된 DSR 규제로 취급액이 지난해 대비 20~30%까지 급감할 수 있다고 예상됐지만,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DSR은 차주의 연간 총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금융당국은 차주들이 대출을 받는 업권, 규모 등에 따라 정해진 DSR 비율을 넘기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카드업권 DSR 규제가 60%에서 50%로 강화됨에 따라 카드사는 그만큼 저신용자를 취급할 수 없게 됐다. 

카드사들은 악화된 시장환경을 고려해 조정금리를 인상하며 고객 수요를 늘리는 데 애썼다. 조정금리는 우대금리와 특판금리할인 등을 포함하는 고객 맞춤형 할인 금리다. 조정금리가 높을수록 카드사에서 마케팅 비용을 들여 고객들의 대출금리를 깎아줬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올해 1월 BC카드를 제외한 전업카드사 7곳의 평균 조정금리는 1.16%로 지난해 12월 0.79% 대비 0.37%포인트 증가했고,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 카드론 평균 대출금리는 13.86%에서 13.66%로 0.2%포인트 감소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조정금리는 카드사가 우량고객 등 카드론 유치를 희망하는 고객 중심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DSR 규제와 대출 총량제로 인한 대출 취급 실적 악화 우려가 있었다”며 “지난해 말에는 대출총량제를 고려해 취급 규모를 조절했지만 해가 바뀌고 총량제가 리셋되면서 올 초부터는 우대금리 등을 제공하며 대출 공급을 다시 늘리려 애썼다”라고 말했다.

다만 카드사들의 우대혜택 전략이 저신용자 대출 소외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전까지 정부는 저소득‧저신용자의 신용위축 가능성 등을 감안해 카드론을 DSR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카드론 이용의 급증세를 고려해 취약차주의 부실 심화를 방지하고자 올해 1월부터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카드사들이 펼친 우대금리 혜택 전략은 저신용자보다 고신용자에 해당되는 사항”이라며 “DSR 규제로 대출한도에 여유가 많은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이 시행되면 저신용자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