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해지 분석] ③뚝 떨어진 보험료 할인…무용론 고개

[보험상품 분석실] 모범규준 적용에 보험료 인하효과 희석 10%대 할인율···한 자릿수까지 수직낙하

2022-05-11     박진혁 기자

<편집자주> 올해도 어김없이 4월을 기점으로 모든 보험상품의 가격이 조정됐다. 올해 보험료 개정의 핵심은 무·저해지 종신보험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해지율 산출 및 적용에 관한 모범규준'이 처음 반영되면서 보험료가 일괄적으로 크게 올랐다. 덕분에 일반 종신보험과 보험료 차이는 좁혀지면서 ‘무·저해지 무용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본지는 4월 이전과 이후의 무·저해지 종신보험 가격을 공시한다.

무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의 할인율이 4~5%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이전까진 일반 종신보험대비 10~20% 이상 저렴하던 무저해지 종신보험의 가격이 일제히 오른 영향이다.

대한금융신문이 생명보험협회 상품비교공시를 통해 국내 생명보험사 10곳이 판매하는 일반 종신보험과 해당 상품의 무·저해지 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 상품에서 보험료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형 종신보험 중 일반 상품과 무·저해지 보험료의 차이가 가장 적은 상품은 NH농협생명의 '더좋아진NH간편가입종신보험'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일반 종신의 총납입보험료가 1억3224만원, 무·저해지는 1억1592만원으로 할인율이 12.4%였던 해당 상품은 4월 이후 일반 1억3152만원, 무·저해지 1억2576만원으로 조정돼 할인율이 4.4%까지 대폭 떨어졌다. 

무·저해지환급형으로 가입할 경우 총납입보험료를 1632만원이나 아낄 수 있었지만 지난달을 기점으로 576만원까지 할인폭이 떨어진 것이다. 이를 월 납입보험료로 환산하면 매월 2만4000원을 아끼려고 원래 받아야 할 해지환급금의 절반을 포기하게 됐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의 '실속있는평생든든종신보험'도 무·저해지 할인율이 기존 11.4%에서 5.0%까지 축소됐다. 일반 종신의 총납입보험료는 6768만원으로 동일했으나, 무·저해지의 보험료가 기존 6000만원에서 6432만원까지 오른 영향이다.

체증형 종신보험에서도 10%대를 기록하던 무·저해지 할인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체증형은 사망보장 금액이 일정한 기본형과 달리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망보장이 늘어나, 보험료가 기본형보다 더 높다. 

여기서도 NH농협생명의 '더좋아진NH종신보험'이 할인율 4.3%를 기록, 무·저해지와 일반종신 간 격차가 가장 좁았다. 기존 총납입보험료가 일반종신 1억2528만원, 무·저해지는 1억992만원으로 할인율 12.3%를 기록했던 해당 상품은 4월 이후 무저해지 보험료가 1억1928만원까지 상승했다.

일반 종신보험과 무·저해지 간 보험료 격차가 좁아진 건, 지난 4월부터 금융당국이 제시한 '해지율 산출 및 적용에 관한 모범규준'이 적용돼서다. 그간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책정했던 예정해지율을 금융당국의 기준으로 정하자, 해지율이 낮아지면서 보험료가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굳이 종신보험을 무·저해지로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저해지 보험은 중도해지 시 해지환급금을 없거나 적게 책정해, 일반 상품보다 저렴한 보험료를 적용하는 상품인데 가격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무·저해지보험의 장점이던 보험료 인하 효과가 희석되면서, 일반 종신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이라며 "고객들이 이 정도 금액 차이로 중도해지 리스크를 감수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무·저해지 종신보험의 보험료는 대면채널 상품을 대상으로 40세 남자, 사망보장 1억원(일괄 계산), 20년납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환급률 변화 수준은 고려하지 않았으며, 달러보험 등 가입금액을 일괄적으로 맞춰 비교하기 어려운 상품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