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불능’ 우리은행, 임직원 내분 폭발
CEO리더십 표류에 횡령·폭행 사건사고 노조권력 비대화…‘황제경영’ 폐해 번져 제2의 신한·KB사태 발발 우려 목소리도
펀드 불완전판매부터 대규모 직원 횡령, 이상 외환거래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에서 비롯된 각종 금융사고로 바람 잘 날 없는 우리은행이 이번엔 직원 내분 사태로 신음하고 있다.
왕좌 연임을 위한 당국과의 기 싸움에 여념 없는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 부재가 결국 총체적 난국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상사 갑질 폭로 글의 가해자로 지목된 주택금융 관련 부서 A부장에 대해 대기발령을 조치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A부장은 직속 부하 직원에게 스크린골프 내기를 빌미로 100만원을 요구하는가 하면 김밥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순번을 정해 김밥을 싸 오게 하는 등 업무와 관련 없는 지시를 내리고 근무 일상에서 욕설과 폭행을 서슴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익명으로 게재된 글과 관련해 직원들의 피해 사실 여부 파악에 나선 상황”이라며 “일단 지난주 초, 논란의 선상에 오른 A부장에 대해 직위를 해제하고 대기발령 조치를 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 차원의 수습에도 직원들의 공분은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사내 갑질 문화의 근본적 원인인 ‘인맥 권력’ 문제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이번 사건에서 직원이 상사의 갑질을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회사에 신고하지 못한 것도 보복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는 게 내부 여론이다. 고위급 인사와 친분이 두터운 A부장의 행태를 고발해봐야 묵인될뿐더러 오히려 향후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내부 잡음은 노조에서도 흘러나온다. 우리은행 노조는 금융권 내에서 경영진과 파트너십이 두터운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은행 1기로 입행한 박봉수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6년간 6대~8대 노조 집행부에서 노사대책본부, 경영개선본부, 정책총괄본부 등 요직에 몸담으면서 사측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노조권력 비대화의 여파일까. 우리은행 노조는 얼마 전 권력 남용 소지로 내부 감찰 대상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 과정에선 우리은행 전(前) 노동조합 집행부 간부 B씨의 자녀취업 비리, 직원승진 인사 개입, 조의금 편취 정황이 발각됐다는 후문이다.
해당 내용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했으나, B씨는 9일 오전 우리은행 본점 지하주차장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을 둘러싼 내부통제 부실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최고 수장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과 중징계 처분을 두고 긴 시간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경영에 크게 신경 쓰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내부 분위기는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분열까지 일으키고 있다”며 “제2의 신한사태, KB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