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된 은행, 맥 못추는 ‘님’

당국 ‘상생 금융’ 압박에 열악해진 영업환경 증권가 “수익성 악화 지속…실적 잿빛 전망”

2023-06-19     안소윤 기자

은행권 하반기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금융당국이 ‘상생금융’을 명분으로 고금리 시대 취약계층 및 금융 소비자에 대한 고통 분담을 압박하고 있어 순이자마진(NIM) 개선 여지가 줄어든 탓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총 14조7000억원으로 전분기(15조4000억원)보다 4.4% 줄었다. 은행 이자이익이 감소한건 지난 2020년 1분기(10조1000억원) 이후 12분기 만에 처음이다.

금감원은 시중금리 하락 및 NIM 축소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국내은행 NIM은 1.68%로 전분기(1.71%) 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은행의 수익성 둔화가 올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은행들이 NIM을 개선하려면 대출 이자마진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금융당국과 여론 눈치에 대출금리를 섣불리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공공적 성격을 강조하며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일제히 인하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대폭 확충했다.

지난 15일부터는 청년층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할 목적으로 도입된 정책금융상품 ‘청년도약계좌’ 판매도 시작했다. 이 상품은 연 6%대 금리를 5년간 보장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대,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인 점을 고려하면, 팔면 팔수록 손해 볼 가능성이 크다.

또 금융위원회는 은행에 내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경영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주문했다.

지난 14일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제12차 실무작업반’에서 논의된 내용으로,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제고하고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투자자 중심에 맞춰졌던 기존 경영실적 공시를 일반 국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보고서엔 은행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발생한 수익을 어디에 활용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은행들은 앞으로 금리 및 수수료 산정에 있어 국민과 시장이 어떻게 바라볼지 더욱 눈치를 보게 된 셈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은행의 NIM은 금리 약세, 대출 부진, 규제 강화로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도 지속돼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도 “은행의 5월 NIM은 4월 대비 평균 약 0.03~0.04%포인트 내외 추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로서는 6월 NIM도 크게 반등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여 1분기에 이어 2분기 NIM도 전반적으로 상당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