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랄 땐 언제고"…기술특례, 눈칫밥 신세
22개사 무기한 상장심사 중 기술특례 기업 다수 포함돼 거래소, 수익성 안 본다지만 당국의 투자자 보호 기조에 수익 본다는 목소리 잇따라
혁신기업의 증시 데뷔를 지원하는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당국의 태도가 딴판이 됐다.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를 비롯한 상장 심사 문턱이 높아진 탓이다. 업계에서는 기술특례의 취지가 훼손될 우려를 표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올해 1월 말 사이 코스닥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한 22곳이 무기한 심사 중에 있다.
본래 거래소는 심사신청서 제출 후 45영업일 이내 그 결과를 통지한다. 그러나 작년 8월 파두의 실적 급감으로 불거진 '뻥튀기 상장' 논란에, 심사에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회사 중에는 기술특례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살아 있는 세포를 관찰하는 생체현미경 개발사로 세계적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의료기기업체인 피앤에스미캐닉스는 뇌졸중·척추손상 등 환자를 위한 보행재활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각각 작년 9월·11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는데, 심사 상태는 '청구서 접수'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여름 거래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이 공동으로 '기술특례상장 설명·상담 로드쇼'를 개최하며 전국을 순회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거래소 측은 구체적인 심사 중점 기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기술특례에 있어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본다기보다는 해당 기술의 시장 진입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코스닥본부 관계자도 "예상 매출에 대한 근거가 있냐 없냐 이렇게 보고, 좀 부족하면 근거를 갖추라는 정도로 심사를 진행한다"며 기업특례 기업은 수익성을 보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반대로 수익성이 심사 기준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자를 염두에 둔 금융당국·거래소 기조가 반영됐다는 게 배경이다.
거래소에서 기술특례상장평가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정혜윤 변리사(더클라쎄 특허법률사무소)는 "심사 가이드라인에 수익성이 명시되진 않는다"면서도 "심사하는 사람들은 거래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최근 들어 (수익성을) 좀 더 많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특례상장을 전문 컨설팅하는 김용덕 변리사(아이피렉스 특허법률사무소)도 "예전에는 수익성을 거의 안 봤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보긴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거래소 (상장심사) 문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당국·거래소가 기술특례의 원래 취지를 강조하길 요구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 상장사한테 '매출액이 구멍가게 수준'이라고 하는 건 핀트에 어긋난 얘기"라며 "왜 기술특례 상장이 존재하는지 당국이나 거래소가 설명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관사 입장에서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는 게 너무 빡빡해졌다는 의견이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면 주관 의뢰가 줄어드는 등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