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이용료율 현실화 지적에도…갈길 먼 증권사
2% 이상 국내증권사 4곳뿐…대다수 1%대 외국계는 2.5~3%로 상위권 독식해
금융당국이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현실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대다수 국내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율은 1%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53개 국내외 증권사 중 예탁금 100만원 기준 위탁자 예수금 이용료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씨지에스 인터내셔널증권 홍콩 한국지점으로 예탁금 이용료율은 3.37%다.
그 뒤를 이어 △홍콩상하이증권 3%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2.75% △제이피모간증권 2.75% △한국에스지증권 2.75% △메릴린치증권 2.5% 순으로, 외국계 증권사가 예탁금 이용료율 상위권을 독식했다.
국내증권사 중에서는 카카오페이증권이 2.5%로 가장 높았고 미래에셋증권,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이 각각 2%의 예탁금 이용료율을 기록했다. 나머지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0.5~1.5% 등으로 평균 1% 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3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4개 증권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관행 개선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금투협회를 비롯해 주요 증권사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난해 10월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올해 초부터는 예탁금 이용료율 공시시스템을 세분화해 적용, 투자자의 알권리를 제공하고 증권사 선택권을 강화했다.
이런 움직임에 맞춰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권사들도 예탁금 이용료율을 차례로 인상했다. 지난해 하나증권은 기존 0.35%에서 1.05%로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했고 키움증권과 삼성증권도 기존 각각 0.25%, 0.4%였던 이용료율을 각각 1.05%, 1%로 올렸다.
현재 시중 금리가 3% 중반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국내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율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연내 금리 인하를 의식해 예탁금 이용료율을 소폭 내린 증권사도 있다. 지난달 KB증권은 예탁금 이용료율을 1.06%에서 1.02%로 인하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오는 6월 3일부터 예탁금 이용료율을 1.05%에서 1%로 인하할 예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다수의 국내증권사가 최근 몇 달 동안 급격히 예탁금 이용료율을 올렸다”며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한 가운데 단기간에 추가적으로 이용료율을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예치한 금액이나 주식을 매도하고 출금하지 않은 돈으로, 증권사는 이 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하고 받은 이자 수익금에서 인건비, 전산비 등을 뺀 뒤 투자자에게 예탁금 이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