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맛집 탐방] '포스트IPO' 옥석가리기

상장사 절반 공모가 밑돌지만 펀더멘탈 종목 상승여력 충분 "AI 연관 밸류체인 업종 주목"

2024-04-18     박이삭 기자

[투자 맛집 탐방]은 소문난 맛집을 누비는 식객처럼 '입맛 당기는' 재테크 비법을 찾아 나섭니다.


오래 전 어떤 가수는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냐"고 노래했다. 정적만이 남아 있는 무대처럼 기업공개(IPO) 역시 뜨거운 상장 후 푹 가라앉곤 한다.

포스트IPO 투자는 그런 종목들의 상승 여력에 주목하는 전략이다. 상장 절차는 이미 끝났지만 다시 성장할 잠재력을 발굴하는 단계다.

올해 1분기 중 모든 IPO 기업 공모가는 희망범위 상단을 초과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1747 대1을 기록해 직전 분기 대비(890 대1) 크게 올랐다.

박세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 공모주 시장은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활기를 띄었다"며 "모든 기업의 공모가 밴드가 상단을 초과하면서 수요예측 경쟁률도 같이 상승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상장 후 공모가를 밑도는 현상은 IPO의 그림자다. 올 1분기 국내 증시에 데뷔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공모가에 비해 주가가 떨어졌다.

과열이 식자 가격 거품이 빠지는 건데 성장성이 돋보이는 종목 투자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포스트IPO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한 조상현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그룹 본부장은 "IPO 종료 후 주가 상승 여력이 큰 기업, 즉 적정 밸류에이션 대비 저평가된 기업을 발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과 연관한 밸류체인 업종을 살펴볼 것을 조언했다. 조 본부장은 "최근 IPO를 거친 종목 중에 설계·디자인하우스(기술지원)·IT 등의 반도체 기업들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포스트IPO 투자의 키포인트는 공모 가치의 적정성과 수급 부담 가능성을 주시하는 일이다.

먼저 상장한 종목들의 공모가가 과도하진 않았는지 봐야 한다. 해당 기업에 대한 공부는 필수다.

조 본부장은 "여느 섹터에서든 가격이 많이 빠진 종목들은 유명하지 않아도 트레이딩의 기회가 발생한다"며 "펀더멘탈에 이상이 없으면 주가는 본래 가치를 되찾는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장 직후 유통물량 비중이 높은 종목의 경우 수급 부담이 상승한다"고 말했다. 널뛰기 같은 수급은 주가의 변동성을 키워 투자 성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유통물량이 적고 대주주·재무적 투자자의 의무보호예수 기간이 길수록 수급 부담은 내려간다. 이는 곧 안정적인 주가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조 본부장은 조언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