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매도 리서치 1년…용감한 애널 옳았다

1년 후 주가는 제자리로 투자자 오해 여전히 계속 논란 불식시킬 개선안 향후 과제로 남아 있어

2024-04-24     박이삭 기자

"끝까지 이성의 끈을 놓쳐선 안 된다."

에코프로에 대한 첫 매도 리서치는 이 문장으로 시작했다. 해당 애널리스트는 FOMO(Fear Of Missing Out)에 의한 매수를 경계한다며 적정 가치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를 지속적으로 핍박했다.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는 누명을 씌웠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거품이 빠진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에코프로를 따로 다루는 리서치는 보기 드물어졌다. 이런 현실은 우리나라 투자 문화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 주가는 주당 51만7000원이다. 최근 1년간 종가 기준 최고점이었던 129만3000원에 비해 60% 떨어졌다.

지난해 2차전지주 열풍을 주도한 에코프로였다. 많은 애널리스트가 과열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리서치 발간에 손을 뗐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감히 매도 리서치를 냈다. 위대한 기업이나 현 주가가 그 위대함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요지였다.

후폭풍은 거셌다. 항의 전화·협박 메일은 예삿일이 되었고 금융감독원에 그에 대한 민원이 접수됐다. 급기야 여의도 한복판에서 그를 겨냥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 연구원은 꾸준히 매도 리서치를 발표하며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의 예측대로 에코프로 주가는 작년 여름을 정점으로 우하향을 그렸다.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김 연구원은 본래 업무 외 일체의 대외 접촉을 삼가고 있다.

2차전지를 분석하는 대다수의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에 대한 별도 자료를 내놓지 않는 중이다. 김 연구원마저 2차전지의 전반적인 업황을 논할 때만 에코프로를 언급할 뿐이다.

그 기저엔 애널리스트와 투자자 사이의 오해가 자리하고 있다. 모든 애널리스트가 특정 기업 또는 기관투자자의 유익을 위해 자료를 쓴다는 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애당초 애널리스트 직무가 법인 영업할 때 분석 자료를 만들기 위해 생겨난 직업"이라면서도 "이제는 애널리스트가 법인 영업 때문에 휘둘리진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관 수수료가 줄어들고 한 기관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지금, 기관들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도록 매도 보고서를 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 역시 "여러 방면에서 리서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받긴 하지만,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의견을 이렇게 써 달라' 하는 요청을 받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당국이 추진하는 리서치 개선 방안은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작년 금감원은 각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 제고를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당국의 리서치 관행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10월을 끝으로 활동을 멈췄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공매도 제도 개선 등 증권가를 둘러싼 당국의 굵직한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어, 올해 안에 리서치 관련 개선안이 나올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