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팩트체크] 공매도 완전 전산화, 가능할까

전 세계서 참여하는 공매도 전용 단말기·전화로 진행 국가별 서로 다른 플랫폼 전산화 어렵게 하는 요인

2024-04-26     박이삭 기자

불법 공매도를 막기 위한 공매도 전산화의 가능 여부는 지금도 논박의 대상이다.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를 위시한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전산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느 말이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100% 전산화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공매도 거래 흐름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공매도를 하려는 기관투자자(차입기관)는 다른 기관(대여기관)에서 공매도에 필요한 주식을 빌린다. 이를 '대차거래'라고 한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대차거래 주문은 블룸버그(Bloomberg) 금융거래 단말기상의 채팅방 또는 전화를 통해 수시로 이뤄진다. 이런 주문을 국내 자력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없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공매도 플랫폼이 불일치하는 점도 완전한 전산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앞서 박 작가는 국내에서 개발된 대차거래 전산 시스템인 '트루웹'을 예로 들며 전산화가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같은 외국인투자자들은 해외 민간 시스템인 '에퀴렌드(EquiLend)'로 거래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에서 이 같은 한계가 언급된 바 있다.

그 자리에서 송기명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장은 "에퀴렌드를 통해 대차거래의 80% 정도가 이뤄지는데 이를 쓰지 말고 국내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라며 "특정 대차거래 플랫폼 운영자에게 독점적으로 모든 거래를 집중시킨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에 나온 당국의 전산 시스템 구축안은 공매도 제도의 태생적 한계를 최대한 절충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5일 금융감독원은 기관투자자가 모든 주문 처리 과정을 전산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안은 기관투자자가 자기의 공매도 거래 내역을 주문 이후 후행적으로 취합하는 방법이다. 주문 자체를 전산화하기 어려운 만큼, 이후에 거래 내역이라도 가급적 빨리 집계하라는 의도다.

이에 대해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관계자는 "각각의 주문을 체크하는 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기관이 자체적으로 거래 기록 관리를 하고 (이에 대한) 증빙을 하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