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M 불신 커진 큰손들,
‘롯손’ 하나론 부족
2년만에 회사가치 1조 급증에 지주, 보험업 CSM 불신 가중 “또 사야하나…오버페이 경계”
롯데손해보험의 매각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초 신한금융지주가 계산기를 두드려 봤지만, 결국 최종 인수전에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현재 실 매수자로 거론되는 우리금융지주는 어떤 속내일까.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롯데손보 인수에 관심을 가질 당시 거론된 매수 금액 상단은 1조5000억원으로 알려진다.
신한지주는 매각가 선정 과정에서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신한라이프생명에 인수 작업을 맡겼다. 최종 선택은 ‘불가’였다. 최소 2조원 이상의 몸값을 요구한 JKL파트너스와 가격에 대한 의견차가 컸던 탓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중위권사인 한화손해보험보다 몸집이 작은 롯데손보에 ‘오버페이’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재는 우리금융지주가 인수전에 뛰어 든 유일한 국내 금융지주다. 우리금융 역시 1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과도한 가격은 지불하지 않는 게 기본원칙”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이 추산한 지불 여력은 1조8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롯데손보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963억원, 3016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금융지주들이 선뜻 인수를 결정짓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롯데손보가 연간 3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지속할 보험사인지, △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실현이익(보험계약마진·CSM)의 규모를 믿을 수 있는지 등이다.
회계 변경 초년도 시점의 성적표만 나온 현재, 다수 보험사가 발표한 CSM을 장표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신계약 대부분을 장기보장성인보험으로 채우며 CSM을 크게 늘린 롯데손보다.
최근 2년간 CSM 성장률(기시 대비 기말)을 살펴보면 지난 2022년 23.7%(3210억원), 지난해 42.9%(7200억원)에 이른다. 지난 2022년 1조3560억원에서 시작한 CSM이 작년 말 2조3970억원까지 늘며, 무려 1조원이 넘는 CSM 순증을 기록했다.
대형 손해보험사 가운데 CSM 순증이 연간 10%를 넘는 곳은 없다. 삼성화재가 9.5%(1조1590억원)으로 가장 높고 현대해상 9.1%(7600억원), 메리츠화재 8.6%(8310억원), DB손해보험 4.4%(5090억원) 등이다.
한 보험사 고위관계자는 “현재 금융지주가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손해보험사고, 롯데손보가 매력적인 건 사실이지만 문제는 순익 규모의 확실성”이라며 “보험업 전체에 대한 CSM 불신이 크다보니, 롯데손보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계산이 있다. 오버페이에 대한 경계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건 ‘스터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실현이익인 CSM 산출에 보험사의 자의적 가정을 인정하는 회계 제도 하에서 단기간에 급격히 회사가치를 키운 이면을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라는 풀이다.
지난해 중순 하나금융지주는 매물로 나온 KDB생명을 본입찰 단계까지 진행했지만, 인수를 위한 실사 과정에서 결국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