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조사 키워드…잔고관리·고의성·국내법 준수

금감원, 주먹구구식 시스템 발견 불법 가능성 열어둬 함용일 부위원장 "한국 제도 지켜야"

2024-05-07     박이삭 기자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 3일 불법 공매도 조사 질의응답에서 조사 결과보다 조사 방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가 언급한 조사의 주요 방향성은 잔고 관리·고의성·국내 법 준수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이날 함 부원장은 내부부서 간 미흡한 잔고 관리를 지적하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에게 잔고 관리 방식 개선 등 불법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수립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가 거론한 '내부 부서'는 글로벌 IB 안에서의 팀 조직이다. 이들 부서 모두 공매도할 주식을 자기들 소관으로 인식, 주식이 중복 계산되고 이를 바탕으로 불법 공매도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함 부원장은 "(미흡한) 잔고 관리 원인은 실무적인 것일 수도 있고 시스템적으로 설계가 잘못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전반적으로는 직접적인 불공정 연계보다는 잔고 관리 쪽에서만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잔고 관리 조사 과정에서 불법 고의성이 발견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함 부원장은 "잔고 관리에서 어느 시점에 (불법성을) 인지했거나,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계속 (공매도) 주문이 나갔다면 고의성 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찌어찌하여 (불법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조사 과정에서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사유도 고의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제도를 충족시키지 못한 기관에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함 부원장은 "우리 법령상 요구하고 있는 수준과 제도가 있는데 그런 부분이 시스템에 반영돼 있지 못했다면, 원하든 원치 않든 위반의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글로벌 IB가) 한국 법 준수를 간과하거나 부족한 면이 있을 때 이를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며 "한국 법이 글로벌(다른 나라)과 다를 수 있는 면이 있으나, 한국 법이 국제 조항보다 떨어지지 않는 한 한국 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글로벌 IB가 한국만 우습게 여겼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향후 불법 공매도 조사와 관련해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회원국, 특히 아시아 국가들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