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팩트체크] 월배당 ETF, 무조건 이득일까

예금 이자 같은 배당금 ETF 시장가 폭락하면 다달이 배당금 받아도 원금 손실 가능성 증가

2024-05-13     박이삭 기자

월 배당을 전면에 내세운 상장지수펀드(ETF)가 입소문을 타고 주목받는 중이다. 얼핏 보면 예금 이자처럼 다달이 들어오는 배당금으로 고수익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매월 배당금을 받는다고 무조건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배당금만 봤다간 투자 수익에선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월배당 ETF에서 말하는 배당금은 '분배금'이 정식 명칭이다. 분배금은 ETF가 투자하는 자산에서 생기는 배당·이자·기타 수익 등을 모두 포괄한다.

월배당 ETF의 배당율 역시 엄밀히 말해 '분배율'이다. 분배율이란 ETF의 기준가, 즉 ETF의 1주당 가치에서 분배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이를테면 ETF의 기준가가 1000원이고 주당 분배금이 10원이면 분배율은 1%인 셈이다. 이 분배율이 높을수록 투자자들은 배팅을 고심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일드맥스 테슬라 옵션 인컴 ETF(TSLY)'다. TSLY는 높은 분배율로 서학개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한때 연간 분배율이 70%까지 치솟을 정도였다. 요즘도 50~60% 수준의 분배율을 기록하고 있다.

정작 TSLY의 시장가는 지난 2022년 11월 증시에 데뷔한 이래 3년째 우하향하고 있다.

TSLY는 상장 초기 40달러를 웃돌았으나 작년 1월 주당 30달러선으로 떨어졌다. 현재는 15달러선에서 거래 중이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1년 사이 15달러 손실을 본 것이다.

반면 작년 기준 TSLY의 1주당 분배금은 연 9.12달러였다. 분배금으로 손실을 만회한다고 해도 최종적인 연간 손익은 1주 기준 -6달러가량이다. 월배당 ETF가 불리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런 형국에 ETF를 만드는 자산운용사들이 수익률을 과대평가해 투자자를 현혹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 2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의 자산운용사들이 일부 월배당 ETF의 수익률을 계산할 때 꼼수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산운용사들은 현 시점 기준에 벗어난 과거의 분배금을 현재 수익률에 포함시킬 뿐 아니라, 공식 발표한 수익률에 리스크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