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당근책, PF 불 끄기엔 역부족

은행·보험 쥐어짜 5조 투입 돈줄 대도 시장 안정화 글쎄 전문가 “중장기 대책 필요”

2024-05-13     이연경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당근책이 제시됐지만, 임시방편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PF 정상화 지원을 위한 금융회사 인센티브 제공방안’을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부동산PF 안전지대에 있는 업권이 유동성을 투입해준다면, 적절한 보상이나 면책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PF 구조조정을 위해 은행·보험사는 최대 5조원 규모의 신대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하고, 1조원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펀드는 우선매수권을 도입해 자금 집행력을 높인다.

금융당국은 은행·보험사 자산건전성 기준을 완화해주고, 자금 투입으로 인한 부실 발생 시 임직원에 대한 제재를 가하지 않기로 했다.

또 PF 사업성 평가 분류를 현행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사업성이 가장 낮은 4단계 사업장에 대해 경·공매 절차를 추진한다.

정상 사업장에 대출을 공급하기 위해 현재 100% 수준인 은행과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도 일정 기간 완화한다.

이번 조치를 두고 일각에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동산 PF 문제의 핵심인 미분양 사업장 이슈가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어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실 사업장에 대한 지원은 사후 대책에 그친다”라며 “건설사 자금이 돌 수 있도록 미분양 해소 대책부터 내놨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1만2194가구로 전월(1만1867) 대비 2.8%(327가구) 늘어 8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방 미분양은 5만2918가구로 전체의 81.6%를 차지했다.

금융당국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 수요가 낮은 지방 단지들은 미분양을 피하기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부실 사업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향후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기업의 과도한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진행된 PF 사업까지 모두 구제해준다면, 누가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겠느냐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금융사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사업성 및 시장 분석이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후 건설시장 선진화 등 중장기적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이번 방안은 우리나라 PF 사업 특수성을 고려한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미국, 일본과 달리 국내 부동산 PF는 개발사업의 자기자본 대부분을 시행사가 감당하고 있다. 위험이 분산되지 않고 집중되면서 문제 발생 시 연쇄적으로 터지는 구조다.

해외의 경우 개발사업의 자기자본 30% 중 시행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3~9% 수준이며, 20% 내외의 자기자본은 리츠, 보험사, 외국인 투자자 등의 참여로 충당한다.

PF 사업성 평가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30조원이다. 금융당국이 그간 관리·공표해온 PF 대출 잔액(작년 말 기준 135조6000억원) 대비 약 100억원 증가한 수치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PF 시장의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주택 부동산 시행사에 건설 관련 공제조합이 PF대출 보증을 제공할 수 있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대한금융신문 이연경 기자 lyk@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