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부촌' 따라 증권사 지점도 반포 쏠림

래미안원베일리 상가에 6개 증권사 속속 입점 옆동네 잠원은 1곳 불과 약한 배후수요가 원인

2024-05-16     박이삭 기자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가 국내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판으로 자리 잡았다. 각 회사는 이곳에서 '신흥 부자'를 유치하고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작 옆 동네인 잠원동에 입점한 증권사는 1곳에 불과하다. 증권사가 들어갈 상가가 마땅치 않고 배후수요가 약한 점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원베일리(2990세대) 상가 내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반포센터가 문을 열었다. KB증권 프라이빗뱅커(PB)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고객을 관리하는 곳이다.

지난 13일에는 같은 자리에 NH투자증권의 '반포 브랜치'가 오픈했다. 이 역시 NH투자증권의 자산관리 전문가뿐 아니라 퇴직연금·부동산·세무 등 전문가들이 전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로써 미래에셋·한국투자·KB·NH투자증권 등 4대 초대형 증권사 지점이 원베일리에 입성하게 됐다. 이 밖에 삼성·유안타 등 증권사도 같은 상가에 들어와 있다.

이는 원베일리가 강남의 신흥 부촌으로 입지를 굳힌 까닭이다. 원베일리 근방에 아크로 리버파크(1612세대)·래미안 퍼스티지(2444세대)·래미안 원펜타스(641세대) 등 고급 대단지 아파트가 가까운 점도 매력 포인트다.

각 증권사 지점은 자사 인력을 강사로 두고 다달이 자산관리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TAX(세금)팀 수석이 '미국 시민·영주권자를 위한 세무 가이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고액 자산가의 평생 과제인 '절세'를 넘어 미국에 체류하는 입주민에 포커스를 둔 사례다.

반면 반포동 바로 옆인 잠원동에 들어간 증권사는 KB증권뿐인데, 그마저도 동 경계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다. 게다가 원베일리에서 도로 하나만 건너면 되는 구역에 있어 실제 잠원동 주민 수요와는 거리가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잠원동에는 증권사가 들어올 만한 상가나 메인 상권이 별로 없다"며 "다른 부촌에 비해 증권사를 이용할 정도로 배후수요가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베일리를 위시한 반포동처럼 거대 재건축 단지가 즐비하지 않은 탓에 증권사가 입점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잠원역 인근에 재건축 중인 메이플자이를 잠재된 기회로 보고 있다. 내년 6월 입주 예정인 메이플자이는 3307세대의 초대형 단지로, 원베일리의 규모 이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촌이라고 무조건 증권 지점이 들어오진 않는다"면서도 "3000세대가 넘는 거대 규모 입주는 자산관리 부문에 힘을 주는 증권사에게 호재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