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면 투자도 끝…연금 '실물 이전' 첩첩산중

이직하면 IRP로 옮기는데 실물이전 안돼…하반기에도 동종 간 이동만 허용할 듯 삼성·미래 가입된 직장은 가능

2024-05-20     이현우 기자

#직장인 A씨는 퇴사하며 확정기여(DC)형 계좌에 있던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매도해 정산된 현금을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이체 받았다. 새로운 회사에 이직 후 다시 퇴직연금 DC형에 가입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ETF와 디폴트옵션을 설정해야 해 번거로움이 컸다. 

#직장인 B씨는 퇴사하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던 ETF와 채권상품을 울며 겨자먹기로 매도했다. 이직 직후 매도했던 ETF와 채권상품이 반등하며 기존의 보유하던 상품을 그대로 가져갈 수 없었던 상황에 크게 아쉬워했다. 

4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한 퇴직연금 시장이지만 이직이 일상화된 직장인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직장 퇴직으로 인한 타 연금계좌로의 이동 시 보유 연금 상품을 현금화해야 한다는 점이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한 퇴직연금의 운용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에서 만 55세 미만이며 300만원 이상의 퇴직급여를 수령하게 되면 필수적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이체해야 한다. 퇴직금의 중장기적인 관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퇴직 후 IRP로의 자금 이전 시 투자하던 기존 연금 상품을 현금화 해야 한다는 점이다. 

연금 계좌 내 투자하고 있는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과 상관없이 퇴직 시점을 기준으로 상품을 청산해야 한다. 이에 퇴직 시점 시장 상황에 따라 손절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 같은 우려에 지난해 2월 금융당국은 고용노동부, 한국예탁결제원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퇴직연금 실물 이전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고 오는 11월 이후부터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실물 이전이 가능한 경우는 동종(DB-DB, DC-DC, IRP-IRP)간 계좌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DB형, DC형에서 IRP로의 실물 이전이 가능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는 11월 오픈 예정인 제도는 동종 간 연금 계좌의 실물 이전”이라며 “타 연금 계좌 간의 실물 이전은 세금이나 계좌 내 상품 측면에서 조정해야 할 부분이 많아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1월 이후 동종 간 계좌의 실물 이전이 가능하면 금융사 동사 내 타 연금 계좌 간 실물 이전 서비스를 진행하는 기업에 한해서는 간접적인 실물 이전 효과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동사 내 타 퇴직연금 계좌의 실물 이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대표적으로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사에서 취급하는 모든 연금 상품을, 삼성증권은 타사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제외한 모든 연금 상품에 대해 IRP로의 실물 이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는 11월부터는 삼성증권 DC형 퇴직연금에 가입된 퇴사자라면 퇴직 시 삼성증권 IRP로 실물 이전한 뒤 본인이 원하는 금융사의 IRP로 실물 이전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