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RAAS평가]
KDB생명, 빚으로 연명

2024-05-29     박영준 기자

보험회계 변동에 따른 첫 결산 정기공시가 나오면서 지난해 지급여력비율(K-ICS) 성적표가 공개됐다. 본지는 경영실태평가(RAAS) 내 자본적정성 평가에 초점을 맞춰 보험사의 자본여력을 들여다봤다. 경과조치 적용을 배제한 다소 투박한 가정을 사용했다. 결국 경과조치는 당장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돌려줄 능력이 충분치 못한 회사에 일정 기간의 유예를 준 것일 뿐이다.


 

1조2000억원에 이르는 산업은행의 자금수혈에도 여전히 KDB생명은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 

KDB생명의 경과조치 전 기준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은 7968억원,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은 1조4065억원으로 지급여력비율은 56.7%다. 

가용자본은 기본자본 1188억원과 보완자본 678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자본의 질이 높은 기본자본으로 본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기본자본÷요구자본)은 8.4%에 불과하다. 

이미 대량해지를 가정할 때 계약자에게 절반 수준의 보험금만 지급할 수 있는 상태다. 엄격하게 손실흡수성이 높은 기본자본만으로 청산가치를 따지면 전체 계약자의 10%에게도 보험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정에 힘이 실리는 건 기본자본을 제외한 보완자본이 전량 빚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다. 

KDB생명이 지난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2158억원은 순자산에 포함됐지만 결국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손실흡수성이 떨어지는 보완자본으로 밀려났다. 

10년 후 연 1%의 가산금리를 붙이는 ‘스텝업(Step up)’ 조항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이 보완자본으로 평가되는 후순위채와 달리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만기의 영구성(30년)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스텝업 조항으로 인한 높은 이자비용이 자본의 질을 내려앉힌 셈이다. 

결국 보완자본 6780억원조차 신종자본증권과 기발행한 후순위채(4623억원)가 전부다. 빚을 제외하면 실상은 기본자본 외엔 남아있지 않다는 의미다. 

기본자본 역시 누적적자로 인한 -1171억원의 이익잉여금과, -5120억원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손실로 순자산을 갉아먹고 있다. 

특히 기타포괄손익누계약의 평가손실이 상당한 건 지난해 회계변동 효과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보험계약자산(부채)이 자본항목으로 이동하면서 8518억원의 보험계약자산 순금융손실을 맞은 탓이다.

과거에 대거 팔았던 고금리계약의 역풍으로 풀이된다. 보험계약자산은 최선추정부채(BEL)에 해당한다. 기시 대비 기말 BEL 평가액이 크게 상승하면서 평가손실이 거대해진 것이다. 

고금리 부채는 계약자의 대량 해지가 발생하지 않는 한 단기간 해소하기 어렵다. 즉, 대규모 증자 등으로 자본금을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매년 수천억원의 평가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결국 최근 KDB산업은행이 결정한 3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역시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평가다. 이로 인해 경과조치 적용 후 킥스비율은 150%를 간신히 맞추게 됐지만, 결국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은 30.7%로 이전대비 22%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친다.

지난해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를 고민하던 당시 1조원 이상의 추가증자를 결심한 것 역시 이러한 자본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이 적기시정조치 이상의 단계로 관리해야한다는 평가지만, 감독당국은 판단을 유예하는 모양새다. 결국 킥스 경과조치 적용으로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117.5%를 기록하며 경영개선권고(킥스비율 100% 미만) 단계를 간신히 벗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미 자본금 증액 등은 지속 진행되고 있지만, 언제 적기시정조치에 돌입해도 이상하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