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밈주식' 권유가 사회적 책임인가

2024-05-29     박이삭 기자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란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공헌을 넘어 전 영역에 '공익'을 내재화할 때, 비로소 사회적 가치를 실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증권사도 예외일 수 없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증권사의 가치관을 비추는 거울이다.

KB증권이 '밈 주식'을 권하는 행위에 어떤 사회적 가치가 있는지 발견하고 싶지만 잘 안 보인다. 최근 KB증권은 자사 애플리케이션에 밈 주식 랭킹을 게시하고 있는데, 미국 현지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는 종목만 나열했을 뿐이다.

KB증권 측은 해외에서 핫한 종목을 보고 투자하는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 흐름에 부응해 MZ세대의 해외 주식 활성화 목적으로 밈 주식 콘텐츠를 도입했단 거였다.

이는 KB증권 모델인 가수 이찬혁이 말하는 '투자가 재미없다는 생각을 뒤집'는 데 충분히 부합한다. 소문 따라 수십퍼센트가 오르내리는 주식이 재미없을 리가 있나. 에버랜드의 T 익스프레스 저리 가라다.

그러나 KB증권의 다른 슬로건인 '기업 가치가 커지는 투자'에는 완전히 어긋나 보인다. 단순한 매수 심리에 현혹되는 투자엔 밸류에이션 상승이 자리할 틈이 없어서다. 이런 투자가 쌓이면 이찬혁이 "깨비(KB)만 해도 투자 실력이 쑥쑥 커진다"고 한들, 내공 없는 몰지각한 투기만 난무할지 모른다. 실력 향상은 어림도 없다.

실적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투자 방식을 권장해 건전성을 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이 증권사의 책무다. 이 사회적 책임의 무게감은 김성현·이홍구 KB증권 각자대표의 올해 신년사에도 드러나 있기에 첨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거칠게 덧붙이자면 KB금융은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를 그새 잊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밈 주식을 권유받은 투자자들이 나중에 항의해도 판매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만 대응할 셈인가. 그런 뒤 투자자들과의 지리멸렬한 분쟁을 되풀이할 것인가. KB증권의 사회적 책임은 이런 악순환의 우려가 말끔히 제거된 상태에서 더욱 확장할 거라고 본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