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RAAS평가]
푸본현대, 기본자본으론 손실흡수 불능
보험회계 변동에 따른 첫 결산 정기공시가 나오면서 지난해 지급여력비율(K-ICS) 성적표가 공개됐다. 본지는 경영실태평가(RAAS) 내 자본적정성 평가에 초점을 맞춰 보험사의 자본여력을 들여다봤다. 경과조치 적용을 배제한 다소 투박한 가정을 사용했다. 결국 경과조치는 당장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돌려줄 능력이 충분치 못한 회사에 일정 기간의 유예를 준 것일 뿐이다.
푸본현대생명은 기본자본이 마이너스(-)인 유일한 종합 생명보험사다. 지난해 말 기준 기본자본 -3825억원, 보완자본 7338억원으로 구성된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은 3514억원이다.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은 1조4676억원으로, 지급여력비율(킥스비율)은 80.1%다. 경과조치 전 기준 킥스비율로 보면 100%를 밑도는 금감원의 적기시정조치 대상 회사다.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기본자본÷요구자본) 역시 -26.1%를 기록했다. 즉, 기본자본만으로는 계약자의 대량해지가 발생하는 등의 상황에서 즉시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기본자본 내 순자산 항목을 살펴보면 △이익잉여금 -3211억원 △기타포괄손익누계액 -4585억원 △조정준비금 -7814억원 등이 보통주 자본(1조5456억원)과 자본증권(1000억원)을 잡아먹고 있다.
지난해 킥스 도입에 따라 순자산에 적립하는 항목 중 하나인 조정준비금의 마이너스 규모가 상당하다. 조정준비금은 건전성감독회계기준(PAP) 산출 시 보험감독회계기준 재무상태표(SAP)와의 차액만큼 가용자본에 포함시킨다.
PAP과 SAP의 대표적인 차이는 미실현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의 인식 여부다. 푸본현대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CSM 잔액은 1658억원이다. 금융감독원의 건전성감독기준 상에서는 미실현이익마저 지워버릴 만큼 자본적정성을 높이기 위해 쌓아야 할 준비금이 많다는 의미다.
2년간의 누적 적자에 따른 이익잉여금 결손을 차치하더라도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의 평가손실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 역시 순자산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이전 회계처리서 채권을 만기보유나 매도가능으로 재분류하며 평가이익을 보려는 방식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결과다.
실상은 IFRS9 도입 효과다. 푸본현대생명의 당기손익 공정가치측정 자산은 총 7조1924억원이고, 이에 따른 평가손실 규모만 7153억원에 달한다.
자산 구성내역을 살펴보면 회사채와 외화유가증권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저금리 투자의 결과물이 상대적 고금리 시기인 현재 평가손실로 터졌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푸본현대생명 역시 경과조치가 끝나는 시점 안에 조단위 자본확충이 요구되는 회사라는 평가다.
경과조치 전과 후의 요구자본은 각각 1조4676억원, 1조457억원으로 약 4000억원 차이다. 가용자본은 각각 3514억원, 2조204억원으로 약 1조6000억원 차이다. 총 2조원에 달하는 경과조치상 이득을 유예 기간이 끝나는 향후 9년간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