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RAAS평가]
자본 미흡한 보험사에 ‘경과조치’ 착시
보험회계 변동에 따른 첫 결산 정기공시가 나오면서 지난해 지급여력비율(K-ICS) 성적표가 공개됐다. 본지는 경영실태평가(RAAS) 내 자본적정성 평가에 초점을 맞춰 보험사의 자본여력을 들여다봤다. 경과조치 적용을 배제한 다소 투박한 가정을 사용했다. 결국 경과조치는 당장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돌려줄 능력이 충분치 못한 회사에 일정 기간의 유예를 준 것일 뿐이다.
대형(총자산 50조원 이상)과 소형(총자산 10조원 미만) 생명보험사에서도 자본의 품질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소형사 중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DGB생명, 하나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이 각각 56.2%, 62.0%, 26.4% 등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에서 기본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내외거나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지급여력비율은 DGB생명 162.3%, 하나생명 122.2%,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121.6%로 하나·교보라이프플래닛 등 2개사가 권고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과 함께 자본적정성을 평가할 경우 금융감독원의 집중감시 단계에 위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회사다.
하지만 이들 보험사의 경과조치 후 킥스비율은 247.0%, 168.7%, 185.8%로 모두 금감원의 권고기준인 150%를 웃돈다. 가용자본은 크게 변동이 없었지만 경과조치 신청으로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에 대한 이득을 톡톡히 본 탓이다.
이들 3개사에서 경과조치 신청을 통해 감소된 요구자본은 3000억원에 달한다. 킥스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가용자본 규모는 중형사 대비 크지 않지만, 실상은 향후 9년간 10%씩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인 건 다르지 않다.
삼성·한화·교보·신한·농협으로 구성된 대형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한화·교보생명을 제외하면 지급여력비율이 200%를 웃돌 정도로 높은 보험금지급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사는 RAAS 평가시 킥스비율이 150%를 밑돌 경우 자본적정성평가 2등급만 받아도 집중감시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아직 평가등급을 낮출 만큼 가용자본이 적은 대형사는 없다.
다만 한화생명과 NH농협생명의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이 각각 96.1%, 90.9%로 100%를 밑돈다. 가용자본에서 기본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내외로 다른 대형사 대비 낮은 탓이다.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운 구조다.
대형사 중 유일하게 경과조치를 신청한 NH농협생명의 경우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이 각각 3조3151억원, 4조2611억원으로 홀로 보완자본이 기본자본을 웃돌고 있다.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이 전액 보완자본에 포함된 게 원인 중 하나다. 두 번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모두 10년 후 1%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 스텝업(step up)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조건부증권 발행으로 킥스비율은 올렸지만, RAAS 자본적정성 평가상 나머지 40%를 차지하는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은 챙기지 못했던 셈이다.
한편 NH농협생명은 지난해 초 발생했던 자본금 전액잠식을 해소하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 급한 불을 껐다. 지난 2022년 급격한 시장금리 상승으로 채권 평가손실이 상당했던 탓이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