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M 상각률 낮은데 ‘단기납’ 많이 판 보험사 있다

DB금융투자 리포트서 소개된 사례 상각률과 과열경쟁 연관성 떨어져 상각 낮추면 오히려 과열경쟁 우려도 재무제표 ‘V2.0’ 효과…연속성 사라져

2024-06-07     박영준 기자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에 할인율을 없애는 방안이 연일 논란이다. 이 가운데 상각률과 보험사의 과열 경쟁은 관련이 없다는 사례를 담은 증권사 리포트가 발간돼 이목을 끈다.

리포트 첫 머리에서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CSM 상각률을 낮추면 당장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쟁을 통해 더 많은 CSM을 확보, 상각률 하락으로 인한 이익 감소를 상쇄하는 것이 개별 회사로는 합리적 선택이기에 경쟁은 더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각률 낮아도 많이 판 사례


5일 DB금융투자는 ‘경쟁강도가 CSM 상각률과 무관했던 사례’ 보고서를 통해 종신보험 상각률이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회사가 과당경쟁 문제의 핵심이었던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비중이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DB금융투자 보고서 발췌.

이 센터장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생명보험사의 작년 말 기준 사망보험의 5년 누적 상각률은 30% 내외였다. 반면 한화생명의 경우 상각률이 16.6%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른 예시로 사용된 KB라이프생명과 한화생명의 사망보험 10년 누적 상각률은 각각 53.3%, 28.6%(표 참고)다. 

한화생명은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량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진 회사다. 즉 초반 CSM 상각률이 높을수록 판매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최근의 논란과 정 반대 흐름을 보인 것이다.

실제 한화생명의 올해 1분기 사망보험의 ‘미래현금유입현가 대비 연납화보험료(APE)’ 배수는 3.9배로 전분기(4.4배) 대비 낮아졌다. 같은 기준 대다수 생보사의 미래현금유입현가 대비 APE는 6배였다.

배수가 낮아졌다는 건 그만큼 전체 보험료 납입기간에서 초기 보험료 유입의 규모가 많았다는 뜻이다. 즉, 단기납 중심의 판매 경향이다. 

이 센터장은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비중이 높고 매출이 급증한 회사가 업계 평균 대비 CSM 상각률이 낮다는 점은 최소 CSM 상각률의 높고 낮음이 경쟁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화생명의 경우 최근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자제하고 일반보험 위주로 영업정책을 전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IFRS17 재무분석을 통해 신계약 수익성이 확인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확실한 건 회사의 영업정책은 확보되는 CSM 총량에 민감”하다고 분석했다.


상각률 조정시 이익 준다…“어림셈 일뿐”


이 센터장은 CSM상각률을 조정하면 지난 2022년 이후 3년치 재무제표를 모두 재작성(소급)해야 한다고 봤다. 전진법으로 적용한다면 큰 폭의 적자를 단번에 인식하는 한편 세수감소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지금까지 회계처리는 그대로 두고 신계약에만 전진 적용할 경우를 가정해도 당분간 보험사의 재무제표를 외부 분석하기도 어렵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또 할인율 배제로 CSM 상각률을 낮추면 CSM 부리금액이 늘어나 CSM 상각 총량이 급증한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CSM 이자비용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상각률 조정으로) 이익이 몇% 준다는 것은 작년 재무제표를 가지고 어림셈 한 것”이라며 “결국 IFRS17이 첫 시행된 지난해 이후 완전히 새로운 회계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경우 보험사 영업정책은 물론이고 밸류업과 관련한 배당정책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재무제표가 안정될 때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각시 할인율 조정은 회계처리에서 소급과 아무 관련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기준서상 ‘전진’ 적용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회계 전문가는 “기준서상 보유계약과 신계약에 대해 상각 시 할인율을 분리 적용할 방법은 없다”라며 “하지만 포트폴리오(보험 상품군)별로 따로 적용하는 건 가능하다. 일례로 상각에서 이익이 초반에 과도하게 인식되는 단기납 종신보험 등 사망보험에만 상각 시 할인율을 조정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DB금융투자 보고서 발췌.

 


과열경쟁 해법은…“공시 강화”


이 센터장은 CSM 상각률 조정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대신 과열경쟁의 해법으로 공시강화와 보험상품의 특수성을 반영한 회계 가이드라인 적용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보험사는 신계약 수익성을 뭉뚱그려 투자자에게 제시하고 있다”라며 “단기납을 통해 APE가 부풀려진 경우를 판별할 수 없고, 신계약비를 과다하게 사용한 경우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다. 보험상품군을 세분화해 미래보험료현가 대비 수익성 요소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제언했다.

생보사 중 이를 제대로 공시하는 곳은 미래에셋생명 뿐이다. 

CSM 조정에 대한 세부 공시도 필요하다고 봤다. 문제가 되는 무·저해지 상품의 경우 수익성은 높지만 유지율 및 해지율 가정에 극히 민감하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회사별로 무·저해지 상품의 비중과 납입완료 후 유지보너스 지급 시점의 충격 해지율 수준을 비교할 수 있다면 회사별 차이를 파악할 수 있다. 최소 CSM 조정 중 유지율 상승으로 인한 금액을 별도 공시하면 과당경쟁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