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횡령범 잡은 우리은행, 돈 찾기는 불투명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대출 집행 이상 징후 포착 자수한 직원 “가상화폐 투자로 이미 60억 날려”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이 약 100억원 규모의 고객 대출금을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사고를 적발했지만, 직원이 이미 빼돌린 돈의 절반 이상을 투자로 날렸다고 진술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우리은행은 경상남도 김해 지점에서 100억원 상당의 고객 대출금이 횡령된 사실을 파악하고 정확한 피해 금액과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여신감리부 모니터링을 통해 직원 A씨가 집행한 대출에서의 이상 징후를 발견에 따른 조처다.
사측에서 담당 팀장에게 관련 거래 명세서를 전달해 검증을 요청하고, A씨에겐 소명을 요구하는 등 조사를 진행되는 와중 A씨는 결국 지난 10일 경남 김해서부경찰서에 범죄 내용을 자수했다.
경남 김해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올해 초부터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횡령해 가상자산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우리은행과 협의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해당 지점에 특별검사팀을 급파한 상황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철저한 조사로 대출 실행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해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할 것”이라며 “관련 직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와 엄중 문책, 전 직원 교육으로 내부통제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씨가 현재 횡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100억원을 온전히 회수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A씨는 투자 실패로 횡령액 중 60억원 가량을 잃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횡령 사실이 발각된 범죄자들은 모두 ‘(횡령액을)투자로 다 날렸다’는 같은 패턴을 보였다. 이번 사건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은닉 자산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겠지만 다 밝혀낼 수 있을진 미지수”라고 짚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무소속)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년 동안 (2017~2023년 7월)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액은 1512억원인데, 회수율은 9.1%(약 137억6000만원)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 2022년 우리은행에서 발생했던 700억원 규모 횡령사고의 회수율은 지난 1월 기준 1.2%에 불과하다. 해당 사건으로 기소된 전직 우리은행 직원 2명은 지난 1월 2심 결과로 각각 징역 15년과 12년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세간에선 경제사범의 연봉이 50억원인 셈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