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엔저를 활용하는 법, 일본 ETF 투자

2024-06-18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

지난해부터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저가 매수를 노린 국내 투자자들의 엔화 투자도 크게 늘어났다. 엔화 저가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라면 오히려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올해 1분기에는 글로벌 주식시장이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주가 상승률이 돋보이는 지역은 단연 일본이다. 해당 기간 중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10% 상승하는 동안 우리나라 코스피와 유사한 지수인 일본 TOPIX는 17%나 올랐다.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 요인으로 일본의 경기 회복과 기업들의 실적 증가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을 꼽을 수 있다. 기업 실적 증가로 주식시장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되며 밸류에이션 역시 재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수급적으로도 우호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ISA와 유사한 NISA(Nippon Individual Savings Account) 계좌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며, 개인투자자의 주식시장 유입도 유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오랫동안 부진했던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일시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종목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였다. 워런 버핏이 투자하면서 유명해진 일본 대표 상사 기업들도 지난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아직까진 미국 주식에 비해 일본 주식에 대한 이해와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만큼,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ETF 가운데 반도체·금융주·고배당주 등 상품이 주목할 만하다.

디스코·어드밴테스트·도쿄일렉트론 등 일본의 주요 반도체 기업은 흔히 말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로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 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CHIP4’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일본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주가가 크게 상승한 엔비디아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가 상승으로 이들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다는 부담은 있으나 AI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은 만큼 일본 반도체 기업의 주가도 추가 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다.

‘Global×Japan Semiconductor ETF’는 일본에 상장된 유일한 반도체 투자 ETF로 레이저테크·디스크·도쿄일렉트론 등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들을 편입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도 일본 반도체 투자 ETF들이 상장돼 있어 연금계좌 등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일본 국채 금리가 서서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은행·보험 등 일본 금융업종의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종에 투자하는 ETF는 순자산총액이 1550억엔 수준으로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를 고려할 만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2013년 이후 일본 기업들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일본 고배당주 ETF의 투자 매력도 높다. 일본 고배당주 ETF는 대체로 금융주 비중이 30% 정도로 높은 편이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관점보다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접근한다면 엔화 가치 상승과 주가 상승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