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C→킥스’서 자본량 급증한 보험사…CSM 착시
요구자본 산출 타이트해졌지만… 가용자본 내 미실현익 증가 더 커
보험사의 미실현이익(CSM)이 건전성 지표에 착시를 만들고 있다.
현행 지급여력제도(K-ICS·킥스)가 이전(RBC) 대비 요구자본의 평가기준을 강화했음에도 전반적인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개선된 이유로 거론된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 상위 각 5개사의 지난해 말 기준 가용자본은 총 187조원 규모로 RBC 기준으로 산출하던 지난 2022년(101조원) 대비 약 86조원 늘어났다.
가용자본 상승은 대규모 조정준비금 영향이다. 킥스 하에서 새로 생긴 조정준비금 규모만 59조원에 달했다. 가용자본 증가분의 약 70%가 조정준비금에서 비롯된 것이다.
요구자본은 86조원으로 지난 2022년(49조원) 대비 37조원 증가했다. 가용자본 증가량이 요구자본을 크게 웃돌면서 상위 10개사의 킥스비율은 217.6%로 RBC(208.1%) 대비 9.5%포인트(p) 개선됐다.
요구자본이 큰 폭으로 상승한 건 측정 신뢰수준이 99%에서 99.5%로 상향됐고, 충격시나리오 방식을 사용한 신규 리스크들이 추가된 영향이다.
특히 손해보험사의 RBC 비율 대비 킥스비율 개선 폭이 컸다.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각각 76.5%p, 62.3%p, 44.3%p 씩 지급여력비율이 상승, 조정준비금 효과를 톡톡히 봤다.
생명보험사에선 NH농협생명이 RBC 대비 61.8%p 개선됐고, 한화·교보생명이 각각 21.6%p, 13.1%p 씩 상승했다.
가용자본서 조정준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손보사의 경우 조정준비금 비중은 사별로 40% 내외를 이뤘고, 조정준비금이 절반을 넘는 회사도 있었다.
<관련기사: 2024년 6월 19일자 보도, CSM 걷어내니 상위사도 보험금 지급능력 흔들>
조정준비금은 대표적으로 미래보험료에 포함된 이익인 CSM 등 킥스상 부채 잉여액이 포함된다. CSM을 부채로 인정하지 않는 킥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즉 CSM 유입량이 많은 손해보험업일수록 킥스비율 역시 이득을 본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유지율이나 해지율 등 계리가정 변동에 따라 건전성이 급격히 흔들릴 곳 역시 손보사란 의미다.
실제 매분기 킥스비율을 구성하는 가용자본은 크게 늘어나는 반면 요구자본은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해지 및 생명·장기손해보험리스크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RBC 대비 요구자본에 대한 충격량 강화에도 불구, 조정준비금으로 인한 가용자본 증가로 지급여력비율의 착시가 발생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경향은 신계약 유입에 따른 CSM 총량 증가와, 이에 따른 이익잉여금 확대 등으로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분기 결산마다 이익잉여금 증가와 신계약 유입으로 가용자본은 지속 늘지만, 요구자본의 증가는 드라마틱하게 발생하지 않는다”라며 “보험리스크가 늘어난다 해도 금리나 주가 등 금리리스크가 줄어들며 서로 완화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배포한 킥스 해설서에 따르면 보험사가 계리적 가정을 낙관적으로 설정해 보험부채를 축소하고 킥스비율을 제고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본다. 부채량 감소는 곧 자본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