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지정자문…올해 키움서만 단 2건
중기 상장 지원하는 지정자문 작년 상반기에 비해 ⅓ 수준 수익성 관점에서 매력도 낮아
중소기업 상장을 지원하는 지정자문인 제도가 얼어붙은 모습이다.
증권업계의 상장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각 회사가 코스피·코스닥 상장에 집중하는 반면 중기 상장에는 상대적으로 힘을 빼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지정자문인 상장 실적은 키움증권에서 주관한 2건에 불과하다.
지정자문인이란 중소·벤처기업의 주식 시장인 코넥스(KONEX)에서 기업의 지정자문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다. 지정자문인으로 선정된 증권사는 중소기업과 매칭해 상장·공시·사업보고서 작성 등을 지원한다.
키움증권은 1월과 지난달에 지정자문 상장을 완료했다. 1월에는 맥주 제조 기업인 세븐브로이맥주, 지난달에는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팡스카이의 상장을 지원했다.
올해 지정자문 상장은 예년과 비교하면 부진한 편이다. 재작년과 작년에 증권업계에서 진행한 지정자문 상장은 각각 12건이었다. 상반기만 따로 놓고 보면 지난해엔 6건의 상장이 진행됐으나 금년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IBK기업은행의 자회사인 IBK투자증권은 상반기 2건을 포함해 작년에 총 5건의 상장을 진행했지만 올해 실적은 한 건도 없다. 중소기업 지원이란 회사 목적에 걸맞게 다수의 회사와 지정자문 계약을 했는데도 진전이 더딘 상황이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업별로 (상장을) 선호하는 시기가 있는 데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작년의 부정적인 여파가 있어 상장일이 미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에는 주가가 좋지 않았고 다른 기업공개(IPO) 추진 기업들이 상장 철회를 하기도 하지 않았냐”며 “그러다 보니 시장이 좋은 상황에서 상장을 하려고 하는 수요가 많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코스피·코스닥 상장에 매진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익성 관점에서 영세한 기업 상장보단 주요 증시에 데뷔하는 상장을 주관하는 게 훨씬 이득이어서다.
이를테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IPO 최대어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으로 23억여원의 인수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 올해 KB증권의 경우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을 통해서만 17억원의 인수 수수료를 챙겼다.
그러나 지정자문으로 증권사가 얻는 수수료는 한 회사당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가량으로 책정돼 있다. 증권사로서는 일반 상장에 비해 수수료가 현저히 적어 매력도가 낮은 실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작은 기업들의 경우 수익성뿐 아니라 리스크 측면에서도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코스피·코스닥 상장 위주로 진행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