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장바구니서 롯데손보 왜 빠졌나…기업가치 뜯어보니
우리금융, 본입찰 불참 후 동양 실사 나서 “새 회계 안착에 시간필요...불확실성서 갈려”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딜과 롯데손해보험 사이를 저울질하던 우리금융그룹이다. 결국 롯데손보 인수전에 최종 불참했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에 차려진 실사룸에서 기업가치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2조원 이상의 몸값을 원했던 롯데손보(JKL파트너스) 대신 동양·ABL생명(다자보험그룹)을 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장래이익 1.4배 높은 동양·ABL
IFRS17 도입 후 보험사의 기업가치는 크게 향후 벌어들일 이익(CSM)과 현재까지 벌어들인 이익(IFRS17상 자본 혹은 K-ICS상 가용자본)의 합산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보험사의 전통적인 내재가치(TEV) 평가가 IFRS17의 재무정보로 대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CSM 지표를 살펴보면 기말 CSM 잔액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각각 2조5418억원, 8695억원으로 단순 합산 시 3.4조원 규모다. 롯데손해보험은 2.4조원으로 이보다 약 1조원 못 미친다.
CSM 순증률은 동양·ABL생명 8.9%(2786억원), 롯데손보 42.9%(7192억원)으로 IFRS17 도입을 기점으로 롯데손보가 비약적인 증가를 이뤘다.
CSM 상각률은 동양·ABL이 각각 9.2%, 9.7%로 업계 평균 수준이다. 롯데손보는 7.2%를 기록하며 상각 속도가 비교적 느렸다. 다만 롯데손보의 올해 1분기 상각률은 2.3%(연환산 가정 시 9.2%)로, 올해 업계 평균 상각속도인 10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즉, 현 시점에서 향후 10년간 자본에 귀속될 이익은 동양·ABL생명이 롯데손보보다 1.4배 정도 높다는 의미가 된다.
신계약 성장률(신계약 CSM 대비 CSM 잔액)은 동양생명 29.9%, ABL생명 40.0%로 합산 시 32.5%다. 롯데손보는 22.9%를 기록했다. 지난해 롯데손보의 비약적인 신계약 CSM 유입에도 보유계약 CSM 대비 증가율은 동양·ABL이 더 높았던 셈이다.
반면 신계약 마진율(CSM 대비 총 보험계약부채)은 롯데손보가 46.9%로 월등히 높았다. 동양·ABL은 8.1%였다. 보유계약 내 저마진 상품(저축·연금보험 등)을 많이 가진 ABL생명(마진율 5.5%)이 특히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신규 매출 계리가정 엿보니
매각 전 판매한 신규 매출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엿볼 수 있는 건 신계약의 최초 인식흐름이다. 지난해 신규매출을 통해 발생한 동양·ABL생명의 미래현금유입의 현가는 총 8조2026억원으로 롯데손보(3조3729억원)보다 2.4배 이상 높았다.
미래현금유입 현가 대비 미래현금유출의 현가 항목인 보험취득현금흐름(직접신계약비)은 동양·ABL생명 11.8%, 롯데손보 18.7%다. 롯데손보가 신계약모집을 위한 사업비를 더 크게 지출했다.
반면 미래현금유입 현가 대비 보험금 지출 현가는 동양·ABL생명 73.7%, 롯데손보 63.3%로, 동양·ABL생명이 보다 보험금 지출을 보수적으로 내다봤다.
양 업권의 공통분모인 생명·장기보험 내 ‘사망+건강상해’ 포트폴리오를 가진 생보사는 ‘건강상해’ 하나만 판매하는 손보사보다 보험금 지출이 보수적으로 평가된다. 사망이 건강상해 대비 저수익 상품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반면 계리가정 변동으로 어느 한쪽의 충격이 발생할 때 변동성이 낮은 건 보다 고른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생명보험일 수 있다. CSM 소진(상각속도) 역시 만기가 짧은 건강상해보험이 더 빠르게 나타난다.
미래현금유입 현가 대비 CSM은 사업비를 적게 쓴 동양·ABL생명(13.5%)보다 롯데손보(16.2%)가 더 높았다. 반면 CSM의 변동성을 엿볼 수 있는 위험조정 비중은 롯데손보가 1.7%로 동양·ABL생명(1.1%)대비 컸다.
‘동양·ABL’ 자본력서 우위
순자산가치 평가에는 IFRS17상 자본총계에서 자본성을 가진 부채인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한 값이 사용된다. 이를 적용한 동양·ABL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가치는 3조6579억원으로 롯데손보(1조2108억원)보다 2조원 이상 높다.
킥스상 가용자본 내 기본자본 구조를 살펴봐도 동양·ABL생명이 더 탄탄한 모습이다.
동양·ABL생명의 기본자본은 총 3조6817억원으로 요구자본에 빗댄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은 106.9%다. 대량해지 등의 상황에서도 자본성이 떨어지는 보완자본 없이 보험금을 100% 지급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롯데손보의 기본자본은 5514억원으로 요구자본(1조6757억원) 대비 지급여력비율은 32.9%에 불과하다. 실상 롯데손보의 가용자본 대부분이 자본의 질이 떨어지는 보완자본으로 구성돼 있다는 의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새 회계가 안착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모두의 공감대”라며 “두 회사의 매각가를 2조원 이상이라고 볼 때, 비슷한 값이라면 불확실성이 좀 더 걷힌 매물에 선택이 갈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손보는 올해 2월 800억원의 후순위채 모집에서 480억원 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이후 지난달 20일 또 한번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치렀다. 모집액은 1000억원이다. 후순위채는 전액 보완자본으로 분류되나 표면상 킥스비율은 상승한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