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기본자본 마이너스 추락… 그래도 적기시정은 ‘패스’

지급여력 44.5%, 전년비 12%p ↓ 기본자본 -735억 떨어져도 경과조치 인정하는 RAAS 평가선 건전한 회사

2024-07-03     박영준 기자

올 1분기 KDB생명의 기본자본(Tier1)이 마이너스(-)까지 추락했다. 

부랴부랴 모회사인 산업은행의 유상증자와 함께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건전성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문제는 미흡한 자본력이라 해도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RAAS)상으로는 적기시정의 필요성이 없는 착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3일 KDB생명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과조치 전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과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은 각각 6552억원, 1조4711억원으로 지급여력비율은 44.5%를 기록했다. 전분기 56.6% 대비 약 12%포인트(p) 악화된 결과다.

전년 말 대비 요구자본 증가액은 크지 않았지만, 가용자본 내 기본자본이 -735억원으로 마이너스 상태가 된 게 지급여력비율이 내려간 주 요인이다. 자본의 질이 높은 기본자본이 마이너스 상태에 이른 보험사는 현재까지 푸본현대생명 한 곳 뿐이었다.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 역시 상당히 악화했다. 경과조치 효과를 완전히 걷어낸 기본자본과 요구자본으로 산출한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은 -5.0%다. 금융당국이 허용한 킥스상 특례 없이는 대량해지 등 상황에서 보험금 지급이 불가능한 상태란 의미다.

단, 경과조치를 인정하는 RAAS평가에서는 적기시정조치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기본자본에 경과조치 적용 후 자본감소분을 더하고, 경과조치 후 요구자본으로 산출되는 RAAS 평가기준상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은 55.9%로 자본적정성 평가 기준 B등급(50~100%)에 턱걸이한다. 

경과조치 신청사는 C등급을 초과하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경과조치 전과 비교하면 상당한 혜택을 보는 셈이다.

올 2분기 킥스비율은 이보다 더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 4월 3150억원 규모의 산업은행 유상증자를 마쳤고, 이달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이 예고돼 있다.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은 각각 기본자본, 보완자본(Tier2)을 늘리는 요인이다.

가용·요구자본의 다른 변동 요인을 제외하고 가정한 올 2분기 RAAS상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은 88%까지 개선이 예상된다. 지급여력비율 역시 90%(경과조치 후 180%)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추가 자본 확충 없이는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이 더 악화할 수 있던 상황”이라며 “증자, 채권 발행 등으로 경과조치를 적용한 표면적인 킥스비율 자체는 상당히 건전한 회사처럼 보이게 됐다. RAAS 평가가 경과조치를 인정하다보니 상당히 느슨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KDB생명의 올 1분기 기본자본을 구성하는 순자산 내 이익잉여금은 전년 말 -1170억원에서 올해 1분기 31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하지만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5120억원에서 -6699억원으로 시가평가 손실 규모가 확대된 게 영향을 미쳤다.

조정준비금 역시 5575억원에서 4507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조정준비금 주 구성요인인 미실현이익(CSM)이 줄어든 탓으로 해석된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