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분쟁사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실효적인 민사 구제책 마련돼야

송태원의 쉽게 푸는 자본시장 14

2024-07-22     송태원 변호사
송태원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

동양그룹 사태 10년간 소송 끝 투자자 패소로 종결

동양그룹 사태는 2013년 동양그룹이 부도 위험을 숨기고 대규모 회사채와 CP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사건이다. 투자자 4만여명이 1조7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이 사건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감형돼 최종 7년형을 받았으나, 민사상 피해구제를 위한 증권집단소송에서는 투자자 패소가 최근 확정됐다.

동양사태 피해자들은 동양그룹의 분식회계 사실을 모른 채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믿고 회사채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봤다며 2014년 6월 증권집단소송을 신청했다. 그런데 집단소송 허가절차를 밟는 데만 대법원까지 6년이 시간이 걸렸고, 본안에서는 투자자들의 청구가 모두 기각됐다.

투자자들은 증권신고서에 동양증권이 부동산을 매수해 지주회사인 동양을 지원한 사실, 동양이 회사채 판매대금을 전용해 계열사를 지원한 사실 등이 거짓 기재되거나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투자 판단이나 의사결정에 중요하게 고려할 만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증권신고서 등에 중요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누락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자본시장법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나2011017 판결). 투자자들은 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소송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상고장 각하로 판결이 최근 확정됐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도 형사 집행 중심, 민사상 구제는 무색

통상 주가조작으로 불리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는 시세조정이나 부정거래인데, 이에 대해서도 민사 피해구제 사례는 매우 드문 일이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의 대표적인 예가 무자본 M&A로 상장사를 인수한 후 시세조정을 하여 주가를 끌어올리거나 신사업 관련 허위공시로 주가를 띄우는 경우다.

예컨대 라임사태와 연관된 에스모 주가조작 사건은 무자본 인수합병으로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를 인수한 뒤 자율주행 등 신규 사업을 하고 있다며 허위 공시와 보도자료 배포로 주가를 부풀려 577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었다. 에스모의 대표이사로 위 혐의에 연루된 김모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벌금 3억원의 형을 선고받은바 있다(대법원 2023. 7. 27. 선고 2023도5195 판결).

위와 같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초 불공정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과징금 제도를 신설했다. 또 종래 부당이득 액수 산정에 관해 법원 판례상 논란이 있어 부당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처벌 수위가 낮아지지 않도록 법에서 부당이득액 산정 기준을 명시했다.

과징금제도는 불법적 방법에 의한 부당이득을 박탈하기 위한 제재로서, 이론적으로 위법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민사상 피해구제를 받았다는 사례는 보기 드문 것이 현실이다.

불공정거래 억제를 위해 민사적 구제 중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는 그 실질이 시장을 통한 사기행위이다. 따라서 불법행위에 대한 보상적 기능을 수행하는 민사적 구제가 중요하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행정적, 형사적 제재 중심의 집행으로 필요적 몰수나 추징, 높은 과징금 부과는 위법행위 억제 효과가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주가조작 행위자의 한정된 재원을 국가가 선점하는 효과를 갖게 되어 민사적 구제를 억제할 위험이 있다.

과징금 제도의 본질이 불법적 이익 즉, 부당이득의 박탈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불법적 이득은 주가조작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피해와 직접 연관된 것이라는 점에서, 민사적 구제책이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권집단소송 제도의 근대적 기원이라고 알려진 ‘평강법(Bill of Peace)’에 근거한 집단소송은 상인이 시장을 교란하는 경우 등의 공동체 차원의 피해에 대해 개인들이 집단으로 소를 제기하여 재판을 받고 정부로부터 구제를 받는 것이었다고 한다.

현재의 집단소송 제도는 공동체 차원의 피해 구제를 통한 평강(‘Peace’)보다는 미국에서의 남소(濫訴) 우려에 치중돼 있다는 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집단소송 제도는 미국이나 독일과 비교해 소송허가 요건을 더 엄격히 정했고, 소송의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도 한정적이어서 피해자들의 참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 다양한 유형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보다 실효적인 피해구제책이 마련되고 운용돼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가 근절되기를 바란다.